2020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에 찾은 강릉 경포해변. 예년 이맘때에는 이른 아침부터 해맞이 인파로 붐비던 곳이지만, 올해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대신 해변 입구에 들어서자 출입 통제선을 지키는 단속 요원들만 눈에 띄었다.
강릉시가 연말연시 해맞이 인파 등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해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입 통제선을 설치했지만 혹시나 이를 넘는 관광객들을 단속하기 위한 요원들은 아침부터 나와 있었다.
이날 강릉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데다 매서운 바닷바람에 체감온도는 더 낮은 상황. 단속 요원들은 마땅한 쉴 곳도 없이 방한장비에만 의존한 채 해변 통제선을 따라 몸을 움직이며 한파 속에 주위를 살폈다.
그러면서 "날씨도 춥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일인 만큼 보람도 있다"며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국민들이 해맞이도 자제하고 통제에도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서 시는 지난 24일부터 경포와 정동진 등 주요 해변 통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성탄절 연휴 일부 얌체 관광객들이 통제선을 무시하고 넘나드는 행위가 발생하자 29일부터는 아예 모든 해변을 봉쇄했다. 이에 옥계에서 주문진까지 약 45km에 이르는 구간을 대상으로 해변 출입이 가능한 통로(송림 포함)에 통제선 설치를 완료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3시부터 새해 1일 오후 3시까지는 지역 모든 식당에서 취식이 금지되고,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도록 했다. 숙박시설은 객실의 50% 이내로 예약을 제한하는 정부방침에 따라 혹여 찜질방이나 사우나시설 등으로 인원이 몰릴 것을 우려해 이날 0시부터 오는 2일 자정까지는 찜질방과 사우나시설 이용도 통제한다.
이 같은 '초강수' 방역에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했던 해변 인근 상인들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묻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처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바이크 대여업을 하고 있는 B(68)씨는 "여기 있는 상인들 대부분이 생활하는데 상당히 어렵고, 심지어 일하는 직원도 나오지 못하게 하는 곳도 많다"며 " 우리같은 상인들한테 피해는 말도 못하겠지만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계속 번지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냐. 어차피 이럴때는 관광객들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릉을 비롯한 강원 동해안 시·군들은 올해 해맞이 명소인 주요 해변과 관광지 출입을 모두 통제한다. 일부 지자체는 주차장과 도로까지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새해 연휴가 방역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동해안 지자체 관계자들은 "연말연시 방역강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출을 보기 위한 발걸음은 제발 다음 기회로 미뤄 주시기를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