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1일 "내년에는 당초 시험예정인원 3200명과 올해 미응시자 2700명을 합해 약 6천명을 대상으로 의사실기시험을 시행해야 한다"며 "시험 시기를 상하반기로 나눠 2번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을 최대한 앞당겨 1월 말에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내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두차례 나눠 시행하는 모양새지만, 상반기에 실시되는 시험은 올해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치러지는 것이다.
이 실장은 "내년도 상반기 1월에 시행하는 것은 지금 금년 본과 4학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현재 3학년 같은 경우에는 내년도 9월에 예정돼 있는 하반기 시험에 응시하면 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을 구제하는데 부정적이었던 정부의 입장이 180도 바뀐 이유는 코로나19 유행 속 필수의료 인력 공백 우려 때문이다.
이어 "공중보건의는 공공의료기관과 취약지에 필수의를 담당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며 "정부는 고심 끝에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내년도 시험 인원이 6천명에 달해 시험 운영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시험에 응시한 의대생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인턴에 배정하고, 내년 1월 시험에 응시한 학생은 합격 발표 뒤 3월부터 배정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에게는 인턴전형에 지원할 때, 비수도권·공공병원의 정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시험 응시를 거부한 학생들에 대해 별도의 사과조치를 요구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별도의 사과 요구나 정부 차원에서는 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간 의료계에서 의료인력 필요성의 얘기를 했고 당사자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서 시험 응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재응시나 구제가 아니라 내년도 실기시험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의료인력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 속 필수의료 공백 우려 때문에 생긴 예외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기일 실장은 "내년도 시험을 2번에 나눠서 시행하고 1월 말에 시행하는 것은 우리 공공의료의 차질없는 이행과 필수의료에 대한 의료계와의 협의진전 및 코로나 상황에 대해서 최대한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라며 "앞으로는 결코 같은 방법으로 대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