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도 후보자 지명 직후 "엄중한 상황에 부족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받아 어깨가 무겁다"며 "제 삶 속에는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검찰개혁의 역사가 있어왔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차기 법무부 장관의 성패가 '반(反) 윤석열' 프레임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에 달렸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사실상 불명예 퇴진으로 평가받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패착으로 '반윤' 프레임에 갇힌 점을 꼽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임명 직후부터 윤 총장과 각을 세우며 '반윤' 프레임을 형성하다 보니 추 장관의 대부분 행보는 '윤석열 때리기'로만 읽혀왔다. 검찰개혁과 조직개편의 취지에서 진행된 특수부 축소와 간부 인사는 되레 '윤석열식 수사'를 꺾으려 한다는 인상을 줬고, 2차례에 걸친 수사지휘와 감찰도 모두 윤 총장 압박 카드로 비쳐졌다.
이같은 이유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차기 법무부 장관의 '탈(脫) 윤석열'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반윤'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회복하고, 여당에서 주장하는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의 권한 분산 등 남은 과제들도 불필요한 오해나 충돌 없이 완수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차기 법무부 장관이 우선 윤 총장과의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년에 가까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속에 법무부와 검찰 조직 사이 갈등은 현재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윤 총장 직무배제 직후에는 고검장부터 평검사까지 항명하는 사상 최대의 검란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여기에 징계위원회 당시 공정성 시비의 중심에 섰던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양상이 또 한번 재현될 수 있다.
박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봉합의 메시지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만 해도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날을 세우던 모습과는 확연한 온도차다. 여권에서 나오는 윤 총장 탄핵론에도 박 의원은 이날 따로 언급하지 않은 채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대로 윤 총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등 수사에 계속해서 속도를 내 밀어붙일 경우 신임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에서도 긴장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측은 이미 징계 심의 과정에서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징계절차의 허울로 누명을 씌워 내쫓으려 한다"며, 복귀시 수사를 강행할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검찰 정기 인사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고려할 때 추 장관이 마저 매듭짓고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차기 법무부 장관은 부담을 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 장관의 마지막 '윤석열 힘빼기' 인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사의를 표명한 만큼 장관이 검찰 인사에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