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시민단체→與의원 거쳐 박원순 피소 사전유출"…靑·檢·警 불기소

검찰·경찰·청와대 관계자 '불기소'
검찰 "시민단체→민주당 의원 거쳐 朴에게 피소 사전 유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사실 유출 의혹을 5개월간 수사해온 검찰이 청와대, 검찰, 경찰은 유출 경로가 아니라고 결론냈다. 검찰수사 결과,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거쳐 박 전 시장 측근에게 피소 사실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북부지검(김후곤 검사장)은 30일 박 전 시장 피소사실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성폭력처벌법 위반)로 고발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경찰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 등을 모두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8일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을 강제추행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이튿날 박 전 시장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그는 7월 10일 새벽 0시 1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박 전 시장에게 피소사실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피해자 측 변호인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등을 찾았다고 밝히면서 유출 경로로 수사기관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 등이 꼽혔다. 단체들은 이들이 7월 7일경부터 9일경 사이에 고소장 접수 (예정) 사실 등 사건 관련 정보를 박 전 시장 측에 전달한 혐의가 있다며 고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피소사실 사전 유출 경로는 시민단체와 민주당 모 국회의원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피해자의 변호인이 박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시민단체에 지원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된 시민단체 일부 구성원이 평소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특보에게 그 사실을 알려줬다"고 결론냈다.


박 전 시장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을 알 수 없으나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여성단체와 함께 공론화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말을 전해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경찰 및 청와대 관계자를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통화내역 분석 결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결과 등을 종합하면 이들이 외부로 피소사실 관련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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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피해자 측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통화할 당시 구체적인 고소내용, '시민단체'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전 시장이 임 특보를 통해 최초로 정보를 취득한 시점이 피해자의 고소장 접수 '이전'이기 때문에 경찰 및 청와대 관계자에게도 혐의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박 전 시장과 임 특보가 고소 이후에도 고소 여부 및 구체적인 고소 내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사전유출 경로로 파악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민주당 의원, 임 특보 등은 처벌을 면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공무원이 아니어서 대상이 아니고, 특보와 의원은 공무원이지만 사적인 채널을 통해 입수한 정보여서 직무상 취득한 비밀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 혐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 준수) 혐의는 성폭력 범죄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만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밝힌 '수사 결과 확인된 사실관계'를 보면, 피해자 측 변호사는 지난 7월 7일 오후 2시 2분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박 전 시장 고소장 접수 관련 전화면담을 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2시 37분쯤 평소 알고 지내던 시민단체 대표 A씨에게 연락해, 구체적 사건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 고소 예정 사실을 알리며 시민단체가 피해자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 31분부터 오후 8시 58분 이 같은 사안에서 함께 공동대응에 참여했던 다른 시민단체 대표 B씨 등과 수차례 통화했다. B씨는 다음날 오전 10시 18분쯤 같은 시민단체의 공동대표 C씨와 통화했다. 13분 뒤 C씨와 D국회의원이 통화했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국회의원을 통해 고소 예정 사실을 전해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D의원은 7월 8일 오전 10시 33분쯤 임 특보에게 전화해 "박원순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는 취지로 말헀다.

통화 직후인 오전 10시 39분경 임 특보는 시민단체 대표 A씨에게 전화해 내용을 확인하려 했고, A씨는 '어떻게 알았냐'는 취지로 답변할 뿐 관련 내용은 함구했다.

임 특보는 같은 날 오후 12시 10분쯤 시민단체 대표 B씨와 D의원에게 'B씨가 통화를 원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각각 받고, 같은 날 오후 12시 21분쯤 B씨에게 전화해 그에게 "여성단체가 모 변호사(피해자의 4월 성폭행 사건 변호인)와 접촉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이후 임 특보는 이 같은 사실을 박 전 시장에게 알렸다. 그는 7월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면서 "시장님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으시냐"고 물었다.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다. 임 특보가 "4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으시냐"고 물었고, 박 전 시장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7월 8일 오후 9시 30분쯤 임 특보에게 전화해 비서실장, 기획비서관 등과 함께 오후 11시경까지 공관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임 특보는 공관에 가기 전인 오후 10시 43분쯤 시민단체 대표 A씨에게 전화해 "무슨 일이냐. 낮에 B씨 등 여성단체들과 만났느냐. 좀 알려달라"고 물었고, A씨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쯤 공관에 박 전 시장, 특보, 기획비서관 등이 모였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에게 "D의원으로부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전화를 받고, A씨와 B씨에게 연락했는데 알려주지 않는다"며 "오기 전에도 A씨와 통화했는데, 여성단체들이 대책위 구성 등 무슨 일을 꾸렸는지 말해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임 특보는 다음날 오전 5시 13분경 고한석 당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공관에서 언급한 내용을 전달하며 정보 출처에 대해 "D의원이 여성단체쪽에서 듣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특보는 7월 9일 오전 7시 9분쯤 시민단체 대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고, 상담을 하는 것인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인지, 법적 조치(고소 등)를 취하는 것인지 알려주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A씨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한 뒤 오전 7시 16분쯤 특보에게 "내가 이제 관련인이 돼서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박 전 시장은 7월 9일 오전 9시 15분~오전 10시 5분 고한석 비서실장과 독대하면서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며 "그쪽이 고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7월 9일 오전 10시 44분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고, 같은 날 오후 1시 24분쯤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텔레그램을 보냈다. 오후 1시 39분쯤 고한석 비서실장과 통화하면서는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말했고, 오후 3시 39분쯤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한편 검찰은 압수한 박 전 시장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문자 및 카카오톡 가운데 삭제된 정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전 시장 개인명의 휴대전화가 2대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각 통화내역을 확인했으나, 박 전 시장이 해당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피고발인, 박 전 시장의 비서진, 시민단체 관계자, 언론사 기자 등 모두 50여명을 조사했다. 총 23명의 휴대전화 26대의 통화 내역을 조회했으며, 박 전 시장과 임 특보가 사용한 휴대전화 2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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