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절규 앞에서 남탓만…거듭 꼬이는 중대재해법

여야 처음 머리 맞댔지만 결론 못 내려
유가족·재계 입장차만 확인하고 '진통'
정부·여당 모두 단일안 못내고 입씨름만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산재 유가족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2400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29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심의에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재 사망사고 반복을 막기 위해 사업주나 원청을 처벌하는 규정을 꼭 못 박아 달라는 유가족 절규 앞에서도 이들은 남 탓을 이어갔다.

법 원안이 개혁 취지에서 거듭 후퇴한 가운데 정부여당 내에서도 단일안이 모아지지 않으면서 막판 '졸속 처리' 우려까지 제기된다.

◇ 유족 "억장 무너져" 재계 "경영도 어려워"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는 이날 산재사고 유가족과 재계 대표가 참석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 근무 중 기계에 끼어 숨진 고(故) 김용균 모친 김미숙씨는 이 법 대표 청원자 자격으로 나와 "억장이 무너져서 어제 잠을 못 잤다"고 토로했다.

전날 공개된 정부 의견에 따라 법이 제정되면 김용균이나 구의역 김군 사건, 이천화재참사 같은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관련 기사: 20. 12. 29 CBS노컷뉴스 <더 후퇴한 중대재해법…"정부가 누더기 만들어">)

반면 이해관계자, 즉 재계 대표로 나선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같은 자리에서 "경영도 어려운데 그런 걸 고려해야지 이렇게 처벌만 한다고 될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백혜련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왼쪽부터)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참석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00인 미만 사업장에 처벌을 유예하자는 정부안에 관해서는 "대기업도 2년 이상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기본적으로 이런 법이 없으면 더 좋다"라고 덧붙였다.

그 뒤에야 법조문 분석이 시작됐지만 여야는 무엇을 '중대재해'로 볼 건지 개념을 정의하다 하루를 다 보냈고, 다음 날 오후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일단 세월호참사와 같은 이른바 '중대시민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구분하는 데만 합의했다고 한다.

◇ 법사위는 오늘도 남 탓 공방

늘 그렇듯, 입씨름도 이어졌다.

유가족이 회의 발언 기회를 요구하자 민주당 간사 백혜련 의원은 "야당과의 합의가 잘 안 되고 있다"며 책임을 거듭 떠넘겼다.

그러자 국민의힘 간사 김도읍 의원이 불쑥 나와 "민주당이 언제 우리랑 의논, 협의했냐"라며 "날치기 처리하는 법과 야당 끌어들여 굳이 합의처리하는 법에 기준이 뭐냐"라고 맞섰다.

여야 의원들이 본격 법안 심사를 시작한 건 유족들이 "화난 것 이해하지만 지금은 별개의 상황으로 봐줄 수 있지 않겠냐"라고 부탁한 뒤였다.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 씨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한빛父 절규 "살아서 나가지 않을 것"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이 약속한 법 제정 마감 시한(1월 8일)은 어느덧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소위 의결, 상임위, 본회의 등 입법 절차가 남았고 연말연초 연휴까지 고려하면 일정이 촉박한 탓에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미숙씨와 함께 국회 본청 앞에서 19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고(故) 이한빛PD 부친 이용관씨가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살아서 (국회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절규한 배경이다.

특히 정부나 여당 내에서도 단일안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고, 야당은 이 대목을 집중 문제 삼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화상 의원총회에서도 중대재해법 관련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가닥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사위 논의를 지켜보자는 식으로 결론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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