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에 대해 그 동안 미국에서 나온 반응을 보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북전단이 일종의 정보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유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의 입장이 대표적이다.
국무부는 한국언론의 관련 질의에 대해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완곡한 입장으로 이 법안을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자유 신장 및 인권 보호에 대해 미국이 견지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와 부합하는 기본 입장이기도 하다.
미국정부가 북한의 인권 증진 등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1천만 달러(109억원)를 편성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대하는 미국 인사들 가운데도 전단의 정보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2일 미국 연구소인 CSIS의 선임고문 자격으로 이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북전단의 정보가치는 없다고 밝혔다.
랜드 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단이 휴전선 부근으로 떨어질 뿐 북한 깊숙이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탈북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기초로 한 미국 국제 정보 기구들의 연구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대외정보 취득에서 대북 전단은 주요 소스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구들일수록 그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의 경우도 지난 26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킹 전 특사와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경우 정권의 지속적 세뇌 작업에 중대하게 영향을 받고 있어서 외부의 전단은 그들의 사고를 변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안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렇다고 아이혼 전 특보나 킹 전 특사가 이 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킹 전 특사는 이 법이 북한의 희망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고, 아인혼 전 특보는 이 법이 향후 한미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어찌됐건 이 문제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재미 동포들은 대북전단이 정보로서 가치가 있다는 미국 일부 시각을 탄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KAPAC'(미주민주참여포럼)은 탈북단체들이 과거에 북한에 살포한 전단지를 입수해 그 내용을 영어로 번역중이다.
대북 전단의 실상을 미국 정치권에 적극 알리기 위해서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두번째 주장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연방하원 크리스 스미스 의원(뉴저지)이 법안 통과 초기부터 이 논리로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주장은 대북전단이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놓은 차선의 주장으로 보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은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정치 풍토상 전단의 정보 차단 주장 보다 더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남한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더욱 광범위하게 억누르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존재 사실을 피해갈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다시말해 미국은 모호한 기준과 자의적 적용으로 표현의 자유 뿐 아니라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실제로 인권 유린의 수단으로 무수히 악용돼 온 국가보안법 7조를 놔두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논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대북전단금지법을 놓고 표현의 자유 침해를 거론하는 것은 일견 이 법을 반대하는 명분상의 이유로 보인다.
그 보다는 이 법이 탈북자 단체들의 활동을 억누를 것이라는 관측이 더 솔직하게 들린다.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VOA와 인터뷰에서 이 법이 다른 움직임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단체 지원 자금을 중단시키거나, 북한 인권단체를 겨냥하거나 아니면 탈북언론인들의 활동을 봉쇄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법이 결국은 남한의 탈북민들을 소수 집단으로 취급하게 되므로 민주주의에도 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한국 국회에서 만든 법을 놓고 미국 일각에서 맹목적 반대를 하고 있는 것 역시 탈북자들 때문이다.
탈북자 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국민의 힘 지성호 의원이 미국을 방문해 정치인들 및 북한문제 연구자들을 만나고 난 다음부터 사달이 났다는 점에서 앤드류 여 교수의 분석은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와관련해 재미동포 A씨는 "미국 일부 정치인들과 이른바 싱크탱크라는 곳에서 한갓 전단쪼가리(leaflets)를 놓고 예상 외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이 법의 본질은 꿰뚫지 못하고 탈북자들 주장을 취사선택해 들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