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권 없음' 성추행 혐의 입증 실패, 예정된 수순
우선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박 전 시장은 자신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지 이틀 뒤인 지난 7월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일주일 만에 서울청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TF를 꾸리고 수사에 뛰어들었지만, 애초 숨진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결론이 예정된 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추행이 아닌 추행 방조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피해자와 서울시 전·현 비서실장, 기타 비서진 등 지난 5개월간 경찰이 소환한 참고인·피고발인은 31명에 이른다. 이런 광범위한 수사에도 경찰은 "서울시(관계자들)의 방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증거 부족의 원인으로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불발을 꼽았다. 성추행 방조 혐의 규명을 위한 휴대전화 포렌식이 2차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좌절됐다는 것이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 분석이 이뤄졌지만, 여기서 나온 정보는 박 전 시장의 변사 사건 수사에 한해서만 활용됐다.
결론적으로 성추행 방조 혐의를 둘러싸고 피해자 측과 박 전 시장 측근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경찰이 "추행 사실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비서진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박 전 시장 측근들은 기다렸다는 듯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경찰의 불기소 처분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전·현 비서실 직원들은 피해 호소인 측 주장과 달리 성폭력 사실을 호소 받은 적이 없다. 부서 전보 요청을 묵살한 적도 없음이 확인됐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 주장에 대해서도 진실성을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주명 전 비서실장도 "방조 혐의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검찰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하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경위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자살 동기 부분은 유족과 고인의 명예를 고려해 말씀드리기 어렵다. 자세한 동기는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이 숨지기 전 성추행 피소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등을 묻자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부적절하다"고 입을 닫았다.
검찰은 박 전 시장 본인에게 성추행 고소 사실이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곳은 청와대와 검찰, 경찰 등이다.
서울북부지검은 피해자 측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지난 10월 경찰보다 먼저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 다만 피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뚜렷한 흔적은 휴대전화에서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빈손으로 끝난 만큼, 향후 발표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부터 사망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