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매각' 초강수도 OK…딜리버리히어로의 속내는?

DH, "요기요 매각 반대"입장서 한 달만에 180도 선회… "어려운 결정이지만 존중"
한국 2등 대신 동아시아 선택…'연 40% 성장' 아시아 시장 진출 위한 '고육지책'
배민, 게르만민족 비난에도…DH 자금력 바탕으로 동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성과'

(사진=연합뉴스)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 매각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기업 결합 승인 심사보고서에 대한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의 입장은 분명했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가 운영중인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조건'에 반대한다는 것.

하지만 한 달 뒤인 지난 28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를 매각하겠다며 180도 입장을 바꿨다.

딜리버리히어로(DH)는 공정위 발표 후 입장문을 내고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의 지분 100%를 매각하는 구조적 조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DH는 6개월 내 제 3자에게 DH코리아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이례적으로 특정 사업 전체 매각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두 기업의 합병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회사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 합계는 99.2%다.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배민이 78.0%, 요기요가 19.6%에 달한다. DH 소속인 배달통과 푸드플라이는 각각 1.3%, 0.3%를 기록했다.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 신생 배달앱 사용자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전국 단위로는 5% 미만에 그쳐 영향력은 미비한 수준이다.


배달의민족이 독일기업인 DH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민측은 '우리민족이 아니라 게르만민족이었다'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DH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시장을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스타트업의 또다른 신화를 쓰게 됐다.

배민 관계자는 "기업 결합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내에서 배민의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세계로 뻗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로 '배달' 영역 넓히는 배달의민족…배민 김봉진, 해외 법인 공동대표로

(사진=연합뉴스)
DH가 입장을 바꿔 공정위의 '구조적 조치'를 받아들인 데는 요기요를 매각하는 '손해'보다 배민과 함께 아시아시장에 '진출하는 '이익'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코로나19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배달 시장 성장세는 연간 40%로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작회사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해 한국과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배민 지역법인과 12개 DH 지역 법인을 총괄한다는 계획이다.

우아DH아시아는 배달·공유주방·아시아 디마트 등 퀵커머스 등 DH 아시아 사업과 함께 우아한형제들 사업을 거느릴 예정이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는 자회사 푸드판다를 통해 아시아 배달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배민 역시 베트남과 일본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니콜라스 외스트버그 DH 창업자 겸 CEO는 성명을 통해 "우아한 형제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을 식구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의 영향력이 확장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의장은 우아DH아시아의 의장이자 집행이사(Executive Director)를 맡는다. 제이콥 안젤레 현 푸드판다아시아 최고경영자와 우아한형제들의 CFO겸 CSO인 오세윤 부사장이 공동 대표로 선임돼 각각 푸드판다아시아와 우아한형제들 사업을 이끌 예정이다.

시장에 나온 2조원 대 요기요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는 쿠팡과 카카오, SSG등 유통업체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DH 관계자는 "정확한 현황 파악과 향후 구체적인 계획 수립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최대한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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