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세관·식약처, 무신고 식품용 기구 수입·유통 16개 업체 적발…7년간 11만 3685개, 롯데그룹 자회사도 포함
적발된 16개 업체 가운데 롯데그룹 자회사이자 롯데칠성음료(주)는 2013년 12월 12일부터 2019년 10월 18일까지 6년 가까이 수입신고 없이 제빙기를 수입해 식품용으로 유통 판매한 사유로,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 명령을 받았다.
또 다른 롯데 자회사 '롯데알미늄(주)도 지난 2017년 6월 7일부터 2020년 6월 29일까지 3년 가까이 식품 안전 검사를 받지 않고 제빙기를 중국에서 수입해 식품용으로 유통, 판매해오다 적발됐다.
함께 적발된 14개 중소 업체도 미국, 중국, 태국,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제빙기뿐만 아니라 블렌더, 커피 필터, 음료 디스펜서, 맥주 디스펜서 등 국내 식약처로부터 안전성을 입증받지 않은 수입 식품 기기를 다량 유통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업체들은 국내 유명 커피숍,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점, 뷔페, 식당 할 것 없이 국내 얼음이 쓰이는 곳은 대부분 수년간 제빙기를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나 관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무신고 제빙기 등은 모두 회수·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빙기에서 만들어진 얼음이 소비자 입 안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만큼, 제빙기는 현행 식품 위생법상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직접 닿아 사용되는 기구 및 용기'로 분류된다.
이들 업체가 함께 들여온 블렌더, 커피 필터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기는 위해 요소를 파악하고 발암성·잠재적 독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식약처로부터 반드시 수입 승인 신고를 받아야 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법' 수입에 해당한다.
이들 업체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유통되는 식품 기기를 들여온 것으로, 해당 국가에서 모두 식품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는 "해외와 국내 식품 안전 기준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더구나 유통, 판매할 목적으로 들여온 기기를 신고도 하지 않은채 유통시킨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못박았다.
◇ 수입 업자들 "식품 안전 검사, 규정에 없었다. 몰라서 안한 것" 억울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제빙기에 대한 '통합공고'에도 전파법상 신고만 하도록 규정돼 있고, 수입식품법에 따른 신고 의무에 대해서는 기재돼 있지 않다.
관세청에 등록된 '아이스큐버' 제빙기 수입 신고HS 코드(8418.69-2020)에도, ①국립전파연구원장의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성 평가확인서 또는 사전통관확인서, 적합성 평가면제확인서를 받고 수입할 수 있다 (전파법) ② 정격전압이 30V 초과 1000V 이하의 교류전원 또는 42V 초과, 1000V 이하의 직류전원에 사용하는,(중략) 안전인증을 받은 전기용품을 수입해야 한다(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두 가지만 적시돼 있다. 식검 항목이 따로 명시돼 있진 않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건에 대해 관세청 고시 규정 등과 관련, 식약처에 이의신청한 상태"라면서 해당 건과 관련한 수입물량 등을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모든 제품은 미국에서 안전성 검사를 마친 것"이라며 덧붙였다.
또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도 "관세청 신고 항목엔 식검이 있지도 않은 데다, 당국이 법령을 제대로 고시하지도 않아 불법의 여지를 제공한 것이다. 통합공고에 기재된 다른 신고는 모두 마쳤고 성실히 일했을뿐인데, 당국이 졸지에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롯데알미늄은 "관세청에 신고 사항에 방송 통신기기인증, 전기용품 안전인증 두 가지만 나와 있고 식검은 나와 있지 않아서 식약처 법규에 따른 인증을 하지 못했다"며 불찰을 인정했다. 이어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며 "현재 문제가 된 제빙기는 모두 회수 조치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 식약처 "사람들 입에 들어가는 것과 관련된 기구, 판매할 목적이면 당연히 식품 안전 검사 대상 "
식약처는 업체가 식검을 받지 않은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고 있다. 설령, 세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건 몰랐더라도, 당초 해당 기기를 '유통', '판매'할 목적으로 들여왔을텐데, "그렇다면 수입 신고를 반드시 해, 식품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 대부분은 '억울하다',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해외 제빙기 등을 수입하면서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식약처 식검을 받은 업체들은 그럼 뭐가 되느냐"면서 "몰랐다고 하기엔 올바로 신고해온 다른 수입업자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식품 기기 수입 시 매번 식검을 마쳤다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모두 식품 기기 수입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식품 안전 검사는 상식"이라면서 "사람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해외에서 받았다고 하더라도 중국이나 미국 등 각 국가마다 허용 기준치가 다르기에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세관 관계자도 "의도적이진 않을지라도 식품을 판매할 것이면 판매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