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전희경 살린 김종인…중도 개혁한다더니 태극기 눈치보기?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24명 교체 확정…49명서 대폭 감소
민경욱·김소연 아웃시켰지만
'강성' 태극기 우파 김진태·전희경은 남겨
무릎 사과했던 김종인, '5‧18 망언' 김진태에 긍정평가 논란
내년 4월 보궐선거 고려한 타협안…개혁 후퇴 지적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경욱 전 의원과 김소연 변호사 등을 물갈이 대상으로 확정한 가운데 '태극기세력'의 지지를 받는 김진태‧전희경 전 의원은 남기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중도확장을 내걸었던 김종인 비대위의 이같은 결정이 당 안팎 태극기세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태극기세력으로부터 전폭 지지를 받는 김‧전 전 의원 대신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민 전 의원과 '달님 영창' 현수막 논란의 김 변호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태극기 강경 우파 세력 못쳐낸 김종인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민 전 의원(인천 연수구을 당협위원장)과 김 변호사(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를 포함 원외 당협위원장 24명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당무감사위원회는 전국 49개 당협위원장 자리 교체를 권고했지만 비대위는 결국 물갈이 대상을 절반으로 줄였다.

문제는 당초 49개 교체 권고안에 포함됐던 김 전 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당협위원장)과 전 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 당협위원장직) 등은 최종 명단에선 제외됐다는 점이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후 지난 10월 당무감사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이번 감사가 태극기세력 교체를 노린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김 위원장 취임 후 정강‧정책과 당명 개정 등을 통해 중도확장을 내건 만큼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강성 우파 인사들에 대한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당무감사위의 교체안 보고 후 비대위에서 재차 원점검토 결정 등 엎치락뒤치락 끝에 나온 결과는 예상 밖이라는 게 당내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른바 태극기세력이라 불리는 강성 우파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한 김‧전 전 의원은 빠지고, 민 전 의원과 김 변호사 등만 교체대상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2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솔직히 보궐선거를 3개월 앞두고 당내 지분이 많은 태극기세력을 건드린다는 게 쉽지 않다"며 "비대위 출범 초기 지지율이 높았을 때라면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전 의원 (사진=윤창원기자/자료사진)
◇5‧18 망언 김진태 구명에 앞장선 김종인…'무릎사과' 진정성 의심 받나

김 전 의원을 회생시키는 과정에선 김 위원장이 상당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김 전 의원에 대해 '보수층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게 비대위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선 '5‧18 무릎 사과'까지 강행하며 당이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김 위원장이 결과적으로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태극기세력과 타협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였던 지난해 '5·18 폄훼' 발언으로 징계(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2월 김 전 의원은 5‧18 관련 공청회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5·18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5‧18에 대한 평가를 두고 그동안 당이 폄훼 및 왜곡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죄하는 차원에서 무릎까지 꿇었던 김 위원장이 '망언' 당사자인 김 전 의원을 옹호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셈이다.

광주북구갑 등 호남 지역 6개 당협위원장 자리를 교체 대상으로 지목한 부분도 도마에 올랐다. 강원 지역은 교체 대상이 전무했고, 충청지역은 4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수치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다른 건 몰라도 호남 지역 위원장들을 대거 잘라낸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솔직히 호남은 당선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까운데 김진태 전 의원은 살리고 호남에서 고생한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쳐내면 누가 납득하겠냐"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 위원장이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포석을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부 회의에서도 팽팽한 논의가 있었는데 요새 김진태 전 의원이 잠잠해서 정상 참작을 받은 거 같다"며 "김 위원장이 비대위 임기 후 또 다른 다음 스텝을 준비하기 위한 한발짝 양보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민 전 의원과 김 변호사는 당에서 피해를 본다고 해서 태극기세력이 들고 일어나 보호해줄 만한 대상이 아니다"라며 "노회한 김종인 위원장이 이미지만 태극기세력과 관련 있는 사람은 교체시키고 진짜 실세들과는 타협하는 등 고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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