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체결된 계약 바로 아침에 발표, 백신 확보 올인에 "전쟁같은 일주일"
얀센과 화이자 백신의 구매가 확정된 것은 23일 밤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바로 다음날 아침 국민에게 중대본 회의 첫마디에 이 사실을 공지했다. 불과 몇시간만에 대국민 공지가 된 것은 백신 확보에 정부가 얼마나 애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언론과 의료계 등 각계의 지적이 터져나오면서 청와대에도 비상에 걸렸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월요일인 21일 참모들에게 백신 확보를 채근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월요일 문 대통령의 특별 지시 이후에 청와대 관계자들을 비롯해 정부는 백신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각 다국적 제약회사들과의 협상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국내 기업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난 며칠이 "전쟁 같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결국 얀센(2분기 600만 명분)과 화이자(3분기 1000만 명분)의 백신을 추가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끄게됐다. 정부의 백신 확보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모더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고, 백신의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제약사들과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계약 체결 이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도입) 시기를 당기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백신 확보에 대해 초기부터 앞을 내다보는 '적극행정'을 펼치지 못한 것은 청와대와 정부 안에서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장관급 인사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백신 선구매에 대해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백신TF도 백신 확보 측면에서는 잘 돌아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지 않은 부처의 보신주의가 어느정도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문 대통령이 백신에 관해서 '적극행정'을 펼치라고 지시한 이후에야 백신 확보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점도 이같은 소극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청와대가 '백신 확보 미흡' 지적을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고 지나치게 방어 태세를 취한 것도 국민들에게 혼선을 줬다. 청와대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문 대통령의 백신 관련 언급 총 13가지를 나열하면서 "백신의 정치화를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국민들을 안심시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보다는 백신과 치료제의 자체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부각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백신 문제를 '정치'로 해석하면서 방어벽을 치는 순간 정권은 더욱 수렁에 빠지게 된다"며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일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실장은 이어 "가치와 이념에 대한 충돌 문제가 아닌 만큼 지금이라도 백신에 있어서 만큼은 계통을 확실히 세우고, 청와대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