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대북전단법과 국가보안법을 보는 이중잣대

국보법도 표현의 자유, 인권 억압…그런데도 폐지·개정 요구에 수십년째 침묵
내로남불식 모순적 행태로 진의 의심…오해 풀지 못하는 국제사회 기류도 주목
민주국가의 정당한 법 개정, 비판 지속되면 내정간섭 행태…역지사지도 필요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자료사진)
국제 인권운동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5일 우리 국회의 '대북전단금지법' 처리를 앞두고 표현의 자유와 북한 인권 개선을 저해한다며 폐기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22일 최근 개정된 국가정보원법과 국가보안법도 문제 삼았다. 모호한 기준과 자의적 적용으로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권을 유린한다며 국정원법 재개정과 국보법 폐지를 촉구했다.

개별 국가의 구체적 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유와 인권의 옹호라는 일관성은 유지했다.

반면 이미 국회와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의 재고를 요구하며 흔들어대는 국내외 일각의 태도는 모순적이다.

제1야당과 보수 시민단체, 일부 언론 등은 위헌 소지 등을 거론하며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헌법상 권리를 제약하는 국보법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지 오래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제정된 지 올해 72년이 된 국보법은 냉전의 유물이자 대표적 악법이다. 유엔 인권기구와 국제단체 등이 끊임없이 폐지를 권고해왔지만 개정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2004년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사회개혁 열망에 떠밀려 잠시나마 개정에 찬성했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한 박근혜 대표 체제와 함께 없던 일이 돼버렸고 이후 지금까지 일자일획도 고치지 못한 채 성역처럼 굳어가고 있다.

국보법의 폐단은 휴먼라이츠워치가 지적하듯 표현의 자유 억압에서 비롯된다. '막걸리 보안법'이란 말처럼 술김에 나온 약간의 발언조차 북한 찬양·고무 죄(7조)에 걸릴 수 있다.

국가의 편의에 따라 인간의 정신과 양심마저 파괴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인 고무줄 잣대이자 비열한 반인권 법률이다.

그런 점에서, 전단 살포의 자유와 북한 인권의 열렬한 옹호자라면 국보법에 대해서도 뭐라 한 마디쯤은 하는 게 이치에 맞다. 모순적 행태가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작 자기 문제는 못 풀면서 남 걱정 하는 것은 오지랖을 넘어선 내로남불, 올해의 사자성어를 빌어 '아시타비'(我是他非)라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시야를 밖으로 돌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 일각의 비판은 오해의 소산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주변국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법을 바꾼 게 과연 잘못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제라도 충분히 설명을 했으니 오해가 풀릴 법도 하건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의 비판을 '내정간섭'이라 반박하는 것은 후진 독재국가식 발상이란 질타도 나오지만 이쯤 되면 내정간섭이 맞다.

세계적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 법률이라면 예우 차원에서라도 비판은 적정선에 그쳐야 한다.

나라마다 고유하고 특수한 사정이 있고 어디에도 무제한의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곳은 없다. 이중 잣대를 들이대기에 앞서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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