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들인 시설 어쩌나" 코로나에 불도 못 켠 해운대 빛 축제

해운대 빛 축제,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연내 개막 불투명
억대 예산 들여 시설물 설치·일부 예산은 선지급 예산 낭비 논란 불가피
"애초 축제 강행하려던 시도가 무리수" 비판도

잠정 연기된 부산 해운대 빛 축제가 코로나 장기화로 연내 개최조차 불투명해졌다. 억대 예산을 들여 시설물 설치까지 마친 해운대구는 난처한 입장이다.(사진=송호재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연기된 부산 해운대 빛 축제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라 연내 개최조차 불투명한 처지에 놓였다. 억대 예산을 들여 시설물까지 설치한 해운대구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평일 오후 부산 해운대 구남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눈사람 모양 조형물 등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각종 조명 시설이 광장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까지도 조명은 켜지지 않았다. 형형색색 조명 아래 수많은 인파가 몰렸던 예년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잠정 연기된 부산 해운대 빛 축제가 코로나 장기화로 연내 개최조차 불투명해졌다. 억대 예산을 들여 시설물 설치까지 마친 해운대구는 난처한 입장이다.(사진=송호재 기자)
해운대구는 올해 '해운대, 희망의 빛 이야기'를 주제로 7번째 빛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28일 점등식을 열고 내년 2월 14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과 구남로 등지를 각종 조명으로 환하게 밝힌다는 계획이었다. 이미 대행업체를 통해 시설물 설치와 정비까지 마쳤다.

하지만 지난달 전국적인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부산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해운대구는 점등식을 하루 앞두고 축제를 잠정 연기했다. 이후 부산에서도 하루 3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왔고, 결국 지난 15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됐다.


고강도 방역 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성탄절은 물론 연말까지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해운대 빛 축제 역시 올해 안은 물론 내년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해운대구는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큰돈을 들여 설치한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철거하는 데도 비용이 드는 만큼 예산 낭비 비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설 설치비를 비롯한 전체 예산 절반은 이미 대행사 등에 지급한 뒤라 예상 정산 문제 등도 남아 있다.

잠정 연기된 부산 해운대 빛 축제가 코로나 장기화로 연내 개최조차 불투명해졌다. 억대 예산을 들여 시설물 설치까지 마친 해운대구는 난처한 입장이다.(사진=송호재 기자)
지역에서는 애초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억대 예산을 투입하는 축제를 개최하겠다는 결정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점등식 하루 전까지 축제를 강행하려다 결국 하루 만에 잠정 연기를 결정한 이유와 과정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축제를 준비할 때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해 행사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축제를 강행하려다 개막식을 불과 하루 앞두고 잠정 중단을 결정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는 연말까지 코로나 확산세를 지켜본 뒤 축제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애초 코로나에 지친 구민을 위로하겠다는 목적인 만큼, 해를 넘기더라도 조명을 밝힐 계획이라고 구는 설명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축제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코로나에 지친 주민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게 축제 목표인 만큼, 해를 넘기더라도 이미 설치한 조명을 켜는 수준에서 조용하게나마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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