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23일 " 최근 우리 사회 분위기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역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굉장히 중요하며, 특히 이번 백신은 개발 과정이 상당히 단축돼 개발됐기 때문에 안전성은 놓칠 수 없는 주제"라며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민들의 생각은 정부의 입장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주안점 관련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상황이 심각하므로 국내도 하루라도 빨리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54.9%에 달했다.
'해외와 국내는 상황이 다르므로 안전성을 좀 더 검증 후 접종해야 한다'는 응답은 41.1%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3.9%였다.
손 반장은 "다른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1~2달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은 굉장히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둘러 접종하기 보다는 다른 국가의 접종 상황을 살펴보며 연령, 기저질환 등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을 관찰한 뒤, 안전하게 접종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또 정부는 우리나라의 방역 관리 상황이 이미 접종이 시작된 국가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반장은 "하루에 미국은 20만명, 영국은 3만5천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사실상 백신 외에는 채택할 수 있는 방역전략이 별로 없는 상황이기에 선투자를 통해 자국 기업을 육성해 백신을 개발한 뒤 접종을 최초로 시작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신 밖에 방법이 없는 국가가 택하는 전략을 아직은 방역체계와 의료체계가 견디고 있는 우리나라가 그대로 따라갈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이어 "접종을 시작한 나라에서도 집단면역의 형성까지 짧게는 반년, 길게는 9~10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예방접종 우선순위를 정하고 범위를 넓혀나가는 동시에 방역관리를 안정적으로 해나가면서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로나19가 더 확산하는 사태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 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접종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경각심이 낮아진다면 또다른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손 반장은 "이러한 과정관리는 각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목 중 하나"라며 "결론적으로 한국의 경우에도 예방접종을 최대한 신속하게 전개할 것이며 접종기간 동안에도 과정상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 방역관리도 철저히 조화시킬 수 있는 총체적인 전략을 세워서 문제 없이 실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