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3일 발표한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총생산은 전기대비 3.2% 감소했지만, 민간소비는 오히려 전기대비 1.5% 증가했다.
이에 대해 KDI는 이 시기의 코로나19 확산 둔화와 함께 정부가 지난 5월 1차로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정부는 총 14조 2천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1차 지급했고, 이후 지자체별로 다양한 형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했다.
이에 대해 KDI는 긴급재난지원금의 90% 이상이 5, 6월에 곧바로 소비됐고, 지원금을 사용 할 수 있는 업종의 판매액이 증가했다며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전체 카드매출 증감률은 신규 확진자 발생이 급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1.9%(8주차)까지 감소했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후 13.9%(23주차)로 증가한 후 다시 하락했다.
그 결과 전체 신용·체크카드 매출액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인 지난 5월 11일~6월 21일 기간 동안 약 7.3% 증가했고, 이후에는 증가폭이 점차 축소됐다.
매출액 증가분으로 따져보면 코로나19 확산 둔화 효과 등을 배제하더라도 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지자체 등의 긴급재난지원금까지 합쳐 투입된 총 재원 규모(11조 1천억원~15조 3천억원)의 약 26.2~36.1%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가능업종의 매출액도 지급 직전(4월 13일~5월 3일)과 비교하면 11.1%p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매출액 증대 효과가 의류/잡화(-17.8% → 11.2%), 가구(-3.5% → 19.9%) 등 (준)내구재(10.8%p)에서 크게 늘었다.
이어 필수재(8.0%p), 대면서비스업(3.6%p), 음식업(3.0%p)의 순으로 효과가 컸다.
또 코로나19 확산기간(2월 24일~4월 12일)에도 약 3% 증가했던 전통시장 카드매출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15% 이상, 동행세일기간(6월 22일~7월 12일)에 39% 이상 증가했다가 이후 증가폭이 잦아들었다.
특히 수급가구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은 대부분 소비지출로 사용하면서 평균적으로 사용된 긴급재난지원금의 21.7%를 추가로 소비했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 가구에게는 지원금이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이 경우 빚 상환, 저축에도 사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금수급가구도 소비지출(93.7%), 저축(3.8%), 빚 상환(1.8%) 순으로 사용해 당장 필요한 물건·서비스를 구매하는 일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KDI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또 "과거 소득분위 등의 간접적인 기준보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 정도에 맞추어 소득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ㆍ분석해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