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각에서 의회 청문회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여진이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 그리고 향후 한미관계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차지할 비중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대북전단금지법 파장에 당혹…제3국 조항 등 오해 없애려 총력
일단 정부와 여당은 대북전단금지법 처리에 따른 파장이 예상보다 큰 것에 당혹해 하면서도 일각의 과도한 내정간섭이란 입장 하에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용한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법 개정 취지와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지난 17일 주한 외교공관에 질의응답(Q&A) 등으로 구성된 설명자료를 발송한데 이어 서호 차관은 20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기고문도 실었다.
외교부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 관련 국제 민간단체 등과 다방면으로 접촉하며 이번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와 북한 인권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미국과 국제단체 인사들의 관심이 중국 등 제3국에서의 활동 금지 여부에 쏠려 있는 것을 감안해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가 없도록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제3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해당 국가의 법규가 우선 적용될 것이며 이번 개정안이 적용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재차 확인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미국 등의 관련 반응은 다소 수그러든 상태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2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 방송(VOA)에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공식 입장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VOA는 같은 날 보도에서 상반된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힐 등 미국 전직 관료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주요 마찰 요인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인권도 중요하지만 북핵 문제가 더 시급하고 한국과의 동맹관계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안은 이미 처리돼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이며, 어찌 됐든 바이든 정부 출범 전의 일이라는 점도 양측의 부담을 줄여주는 요인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가 동맹 복원을 강조하고 있고, 시기적으로 한국의 4월 재보선에 미칠 영향 등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선거 정국에서 한미간 외교 마찰이 불거질 경우 전혀 예상 밖의 파장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정책에선 미 의회라고 행정부와 크게 다를 수는 없기에 지금의 한미 간 불협화음은 부분적이고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 인권은 한국 정부의 '아픈 곳'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오히려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때마침 북한 증산수용소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영양실조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북한 수감자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든 한국에 대한 암시적 비판인 셈이다.
적어도 겉으로는 잠잠해진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대북전단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미 간 상호작용을 통한 이슈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에서도 헌법소원 등으로 문제가 재생산되면 미국에도 영향을 미쳐서 그때마다 계속 뉴스가 될 것"이라며 "이미 이슈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이 아직 불분명한 것도 상황을 속단할 수 없게 한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최근 북한 제재 위반 신고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북한 소유로 의심되는 가상화폐를 몰수하는 등 다소 이례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북한을 최대한 달래야 할 판에 어찌된 이유인지 역주행을 하는 셈이다.
만약 그 연장선상에서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때와 달리 인권까지 압박카드로 휘두를 경우 안 그대로 높은 북미대화의 문턱은 더 높아진다.
지금의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이 이런 '뉴 노멀'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흘려보낼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