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고 10m 운전한 40대 남성 1심 무죄, 왜?

대리 기사와 말다툼…도로서 안전한 곳으로 주차
법원 "피고인 행위는 긴급피난에 해당"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술을 마시고 자신의 차량을 10m 가량 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위험한 도로 위에 있던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잠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손정연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지난 17일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30일 자정쯤 서울 성동구의 한 도로에서부터 앞 건물 주차장까지 술을 마신 채 자신의 차량을 약 10m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약 0.032%로 조사됐다.

법원은 A씨의 운전 행위가 위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가 운전대를 잡은 사연은 이랬다. 일행 2명과 저녁식사를 한 A씨는 근처 노래방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리 기사를 불렀다.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A씨는 대리 기사에게 "천천히 가달라. 바쁘면 다른 사람을 부르겠다"고 말했고, 이는 말다툼으로 번졌다.

노래방 근처에 도착한 대리기사는 차를 도로에 세운 뒤 내렸고, A씨는 주차금지구역이자 내리막길에 주차된 차량을 건물 내부 주차장으로 옮기기 위해 운전했다.

근처에 있던 대리 기사는 이런 모습을 촬영해 A씨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

손 판사는 "피고인은 교통방해와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 10m 거리의 주차장까지만 차를 이동시켰고, 더는 운전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