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도전이자 대선까지 포기한 승부수지만 갈 길은 험난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까지 낼 필요 있는가"라며 평가 절하했고 국민의힘은 "환영한다"면서도 야권 단일화 주도권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결국 안 대표가 자신과 내내 신경전을 벌이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교감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통합 경선은 물론 입당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이라며 기존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던 안철수 대표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명분으로는 '결자해지'와 '정권교체'를 들었다. 안 대표는 전날 "결자해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직을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넘긴 일을 말한 것이다.
세 번째 서울시장 도전이자 차기 대권을 포기한 승부수지만 갈 길은 험난하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논평까지 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파급효과가 있겠는가, 습관적 출마"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서울시장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 불과 18일 전"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출마선언이 아닌 사과"라고 견제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곧장 야권 단일화 주도권 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된 정진석 의원은 "대의(大義)를 위해 소아(小我)는 버려달라"며 "그의 세 번째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종식시키겠다는 진심에 우러나온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도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좇아달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전날 "안철수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야권 단일화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말에도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고, 국민의힘과의 통합 경선에 대해서도 "유불리 따지지 않고 공정경쟁만 된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고 말했다.
기존 입장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안 대표는 그동안 '새로운 야권 플랫폼을 만들자', '기득권 내려놓고 새롭게 모이자'고 말해왔다.
또 자신과 신경전을 벌이던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어떤 분이라도 만나겠다"며 만남 의지를 보였다.
결국 승부처로 김 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교감이 꼽힌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할거면 당에 들어와서 경쟁하라"며 안 대표 독자 행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나마 러브콜을 보냈던 주호영 원내대표도 "우리 당에 와서"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었다.
실제로 야권 단일화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석수 103석의 제1야당과 3석의 소수정당의 힘의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전 국민의당 40석 시절의 안 대표가 아니고, 신선하지도 않고, 세력도 없다"며 "이게 현실이고 (안 대표는) 더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성 차원에서 국민의힘 당내 후보들과의 통합경선은 필수적이란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인 황보승희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도 오면 공정한 룰로 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 후보들은 실컷 경선을 거쳤는데 이후 안 대표와 단일화하게 되면 (다른 후보들은) 매우 허탈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도 "문재인 정권에 대항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빅텐트를 만들자"고 강조하며 동시에 "우리 당 안에서도 치열하게 하다 보면 안 대표보다 더 뜨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자당 후보에도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