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기종은 미 해병대가 쓰는 AH-1Z '바이퍼', 우리나라와 미 육군이 채용한 AH-64E '아파치 가디언', 국산 헬기 KUH-1 '수리온'의 파생형인 MUH-1 '마린온'의 무장형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된다. 마린온 무장형이 사실상 최종 승자로 결정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아직은 분석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을 보면 그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베트남전 '건십' 개념과 비슷한 마린온 무장형 vs 바다에서 최강자인 바이퍼
마린온의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렇게 하면 해병대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베트남전에서 탄생한 '건십(gunship)'의 개념과도 비슷하다.
본격적인 공격헬기가 아직 없었던 시절, 미군은 당시 갖고 있던 UH-1 이로쿼이 헬기에 무장을 장착해 화력지원에 활용했다. 전투기나 공격기는 너무 빠르고, 순간적인 화력은 강하지만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짧았던 탓에 긴 시간 지원이 필요했던 상황에는 헬기가 알맞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말은 C-130 허큘리스 수송기에 무장을 장착한 AC-130 스펙터 등을 부르는 보통명사로 자리잡는다.
현재 코브라와 이로쿼이는 각각 최신형인 AH-1Z '바이퍼'와 UH-1Y '베놈'으로 발전했으며, 미 해병대는 둘 모두를 쓰고 있다. 벨은 지난 9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상륙공격헬기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아파치가 과연 바다의 가혹한 작전 환경을 제대로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측면이 크다. 바이퍼와 그 이전의 모델인 AH-1W 슈퍼 코브라 등은 미 해병대에서의 오랜 운용과 실전을 통해 해상 운용 능력이 검증된 편이다.
◇해병대사령관 "공격헬기다운 헬기 달라"에 방사청 "마린온, 저렴하고 성능 충족"
실제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지난 10월 26일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에 "기동성과 생존성이 보장된 공격헬기를 소요 제기한 것인데, 공격헬기다운 헬기를 요구했다"며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니라, 현재 공격헬기로서 운용되는 그런 헬기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 발언을 소개하면서, 군에서 실시한 모의 교전에서 마린온과 다른 기체의 작전 효과와 성능 차이가 2배 이상 크게 벌어졌다는 의혹이 지난 1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방위사업청은 15일 설명자료를 내고 반박에 들어갔다.
내용을 보면 지난해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실시한 2차 선행연구에서 임무 효과도를 분석한 결과, 마린온 기반의 상륙공격헬기에 비해 아파치는 약 1.09배, 바이퍼는 약 1.07배 우수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방호 능력은 아파치의 일부 주요 부위만 23mm 기관포탄을 버틸 수 있고, 기타 부위는 마린온 무장형과 바이퍼, 아파치 모두 비슷한 수준이라고 방사청은 밝혔다.
기종별 단가는 마린온 기반 상륙공격헬기가 대당 약 302억 원, 바이퍼가 416억 원, 아파치가 452억 원으로 분석됐다. 또 방사청은 수명주기(30년) 동안 운영유지비는 국내 개발 헬기(마린온 무장형)가 바이퍼 대비 약 4천억 원, 아파치 대비 약 1조 원 이상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마린온 무장형이 아닌 다른 헬기를 선택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거의 없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일반적으로 거의 공개되지 않는 선행연구 결과의 일부를 방위사업청이 직접 언론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여러 추측을 낳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은 일단 "최적의 획득 방안을 위해 선행연구, 추가 사업분석 결과, 소요군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련 법규와 절차에 의거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구조상 좌우로 넓어 피탄면적 큰 마린온…"항공전자장비 발달로 상쇄된다" 반박도
물론 이 선행연구 결과에는 신중히 봐야 할 부분도 있다. 23mm 기관포탄에 대해서는 아파치의 일부 주요 부위만 버틸 수 있으며, 나머지 부위에 대한 방호 능력은 마린온 무장형과 바이퍼, 아파치 모두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얘기 때문이다.
바이퍼와 아파치는 조종석이 전투기처럼 전방석과 후방석(탠덤식)으로 설치돼 후방석의 시야가 약간 더 높고, 동체의 너비가 얇은 편이다. 반면 마린온 무장형은 조종석이 민항기처럼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성된 병렬식(사이드 바이 사이드)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너비가 넓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너비가 넓어진다는 것은 피탄면적(총포에 맞을 수 있는 물체의 넓이)가 커진다는 뜻이고, 이는 구식 기관총이나 대공포가 주를 이루는 북한군의 대공화망이 헬기에 집중되면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대공 미사일의 경우엔 바이퍼나 아파치도 큰 피해를 각오해야 하지만 기관총이나 포는 탄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많이 맞느냐가 피해의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제조사인 KAI는 이에 대해 과거에는 기총을 달 공간과 조종석의 시야 확보를 위해 탠덤식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항공전자장비 등의 발달로 사람이 직접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볼 수 있는 장비가 발달해 작전운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린온 무장형의 피탄면적이 넓은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미군이 FVL(Future Vertical Lift)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는 미래형 헬리콥터 사업의 후보기종들도 대부분 병렬형이라는 것이 그 근거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각각 기반으로 하는 베놈과 바이퍼의 성능이 비슷하다는 얘기대로라면, 바꿔 말해 마린온 무장형 또한 적절한 개수를 거쳐 공격헬기로 쓰지 못할 것도 없다는 논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해병대는 베놈을 기동헬기로 운용하고 있지만, 필요하면 로켓 등을 장착해 화력지원용으로도 쓸 수 있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내년 상반기쯤까지를 예정으로 추가 사업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분석의 배경에 대해 방사청은 "상륙공격헬기 사업과 관련해 현재까지 국회, 언론, 소요군 등에서 제기한 기종별 성능, 안전성, 비용, 전력화 일정 등의 요소를 세부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이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 위한 분석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마린온 무장형이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세간의 추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2년 전 추락사고 아픔 떨치려면 신중한 성능 검증 우선돼야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조사결과에 따르면 프로펠러를 회전하게 하는 중심축인 '로터마스터'라는 부품의 제조 과정에서 균열이 생겼고, 이 부품에 헬기 운행 도중 금속피로 등이 쌓이면서 추락 사고로 이어졌다.
이후 이를 보완해 올해 6월 9일 운항이 다시 시작됐지만 마린온을 포함해 수리온 계열 헬기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5일 13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이 내려지기 전, UH-60 블랙호크 중형 기동헬기를 차후 어떻게 할지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리온 성능 개량을 통해 블랙호크를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방안에 대해 일선에서의 반응은 매우 나쁜 편이었다고 전해진다. 수리온은 탑승 인원이 9명으로 블랙호크의 11명보다 적으며, 두 헬기가 같은 엔진을 쓰는데 수리온 쪽이 출력은 더 약하고 진동이 심하다는 등의 문제 등이 거론됐다.
밤에 초저공비행 등 위험한 기동을 할 수밖에 없는 30여 대의 특수작전용 블랙호크까지 수리온의 개량형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자, 일선 특수부대에서는 "실전에서 수리온 같은 헬기에 생명을 맡기기는 께름칙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고 전해진다.
결국 이는 방추위에서 없던 일이 됐지만, 마린온과 수리온이 아직까지 추락사고로 인한 나쁜 이미지를 벗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자주국방과 수출을 위해 ROC가 충족된다면 국산을 채용할 수는 있지만, 특히나 항공기에는 장병들의 생명이 달려 있는 만큼 신중한 성능 검증과 일선의 불안감 해소가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