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임경빈 작가 (퀵마우스)
◇ 김종대> 길 잃은 단어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아주 중요한 시간입니다. 단어쟁탈전. 매주 금요일마다 단어 유실물센터장으로 활약하는제가 참으로 사랑하는 퀵마우스 임경빈 작가 나오셨습니다.
◆ 임경빈> 안녕하세요. 김종대의 뉴스업의 김종대 진행자가 사랑하는 임경빈 작가입니다.
◇ 김종대> 네, 우리 서로 사랑하기로 했죠. 오늘은 어떤 단어 준비해 오셨습니까?
◆ 임경빈> 오늘 제가 준비한 단어는 참교육인데요. 이게 어느새 누구나 사용하는 단어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원래 의미에서 너무나 멀리멀리 날아와서 사실상 안드로메다 성운까지 날아가버린 그런 단어입니다.
◇ 김종대> 이 단어는 유튜브만 켜면 참 많이 보여요.
◆ 임경빈> 정말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원래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데 요며칠 동안에는 특히 유튜브 공간에서 많이 보셨던 게 특정단어하고 붙어서 쓰였습니다. 이게 이제 조두순이라는 단어와 붙어서 조두순 참교육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 보시면 그야말로 오남용의 온갖 사례들을 접하실 수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조두순 참교육하고 왔습니다, 조두순 참교육 레전드 모음 큭큭. 조두순 참교육 레전드 장면 조두순 차 올라탐. 조두순 참교육하러 집으로 뛰어들어갔다가 제압당한 유튜브 이런 식인데.
◇ 김종대> 이게 다 제목으로 뽑은 거예요?
◆ 임경빈> 이게 전부 제목입니다. 말하자면 클릭을 유도하러 일부러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 건데 거기서 일부러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다마는 조두순의 출소 현장에 나타나서 온갖 소동을 일으켰던 그 민폐 유튜버들이 자신들이 했었던 그 행동을 두고 참교육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이 사람들이 이제 참교육을 한다면서 벌인 일들이 뭐냐. 당시 현장의 소리로 한번 직접 들어보시면 느낌이 좀 오실 겁니다.
◇ 김종대> 들어보죠.
-두순아, 나와라. 조두순, 맞장 한번 뜨자. 시민 다쳐요, 시민 다쳐요.
-그러니까 제가 대표로 한다고요, 지금. 입만 털지 말고 행동하자니까요.
◆ 임경빈> 이게 이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는 현장입니다. 호송차량에 행패를 부려서 공격을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그리고 그 거주지에. 거주지라는 건 조두순만 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이웃들이 있는데 거기에 무단침입을 하려고 했었던 이런 모든 행위들이 참교육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그러니까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누군가를 공격하려고 하는 폭력적 행동이 참교육이라는 뜻이 되는 건데 이게 사실은 진정한 교육이라고 해서 참교육이라고 하는 거거든요. 그 참교육이라고 하는 실제 단어의 의미랑은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는 그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단어의 변천 과정, 그 역사 이런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 김종대> 아주 좋은 시도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유튜브 틀면 조두순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는 그런 동영상에 참교육이라는 제목이 많이 붙어 있더라고.
◆ 임경빈> 정말 많이 붙어 있습니다.
◇ 김종대> 그래서 참교육이 원래 이런 뜻이었나? 원래 이런 거예요?
◆ 임경빈> 그래서 저는 오히려 유튜브를 즐겨 시청하시는 분들이라면 필터링을 해야 될 단어 중의 하나가 오히려 참교육이다 싶어요. 특히 아이들 집에서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걸러낼 필요가 있다,오히려 그럴 정도인데. 이 단어가 사실은 원래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처음 쓰고 보편화시켰던 조직은 잘 아시는 전교조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죠.
◇ 김종대> 기억납니다.
◆ 임경빈> 누구보다 잘 아시는 그 세대시니까. 1989년에 결성될 당시에, 전교조가 결성될 당시에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던 단어인데 황폐화된 학교를 되살리고 그리고 학생들을 살려내자는 어떤 시대적 소명을 내세우면서 전교조가 이제 교육 살리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걸었던 목표였습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그 시절에 돈봉투가 난무하는 교단 또 반공 이데올로기에 찌들고 찌들어서 어떤 순응적이고 기계적인 인간형을 양성하는 이데올로기 교육, 기계적 인간형, 이런 것들의 전체적인 어떤 안티테제 이런 어떤 흐름이 전교조 운동이었고 거기서 나온 게 참교조예요.
◆ 임경빈> 그렇습니다. 그 당시 시대상을 상징하는 말이 당시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거든요.
◇ 김종대> 그렇습니다. 한동안 엄청 유행했죠.
◆ 임경빈> 영화로도 제작됬었고요. 이게 96년 1월에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 유서에 적혀 있던 내용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었거든요. 그걸 보고 이 울분을 느낀 선생님들이 우리 교육계의 어떤 문제점들, 성적 중심으로 학생들 줄 세우고 비인간적인 경쟁만을 강요하는 이런 부조리한 세태를 바로잡자. 이런 뜻을 모아서 이대로는 안 된다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모은 게 사실은 참교육 운동으로 번지게 된 거거든요. 그래서 전교조의 1989년 창립 선언문을 보면 인간화 교육 실천을 위한 참교육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힌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김종대> 그때 민중민주인간화 교육.
◆ 임경빈> 그렇습니다.
◇ 김종대> 이렇게 표방했죠.
◆ 임경빈> 그래서 비인간적인 교육현장을 바꾸자는 거였고 그래서 실제로 전교조 노래로 쓰이고 있는 참교육의 함성으로라는 일명 말하자면 일종의 운동권 노래가 있습니다. 참교육의 함성으로를 들어보시면 거기에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아실 수가 있습니다. 같이 한번 들어보실까요.
◆ 임경빈>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서 운동권 노래를 틀고 있자니 약간 일종의 길티 플레저가 느껴지네요.
◇ 김종대> 이건 역사 자료로 우리가 지금 소환한 거죠.
◆ 임경빈> 가사를 보시면 이렇습니다. 반교육의 벽을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을 외치니 굴종의 삶을 떨치고 기만의 산을 옮긴다 이런 의미인 건데. 그 당시의 교육계 현실을 지탄하면서 이런 어떤 현장을 바꿔보자, 이런 뜻이 담겨 있는 참교육이라는 단어였습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이 시절의 학교는 군대의 연장 또는 군대의 전초전 같았어요.
◆ 임경빈> 맞습니다.
◇ 김종대> 학교마다 연대장 학생, 대대장 학생, 중대장 학생이 있고 남녀 구분 없이 교련 수업 배우고.
◆ 임경빈> 심지어 총검술 같은 것도 배우고.
◇ 김종대> 총검술 다 배웠죠. 제식훈련. 그러니까 그런 가운데서 국가의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떠받치는 확대된 병영으로 이렇게 인식이 되던 시절이에요.
◆ 임경빈> 그렇죠.
◇ 김종대> 86년에 대학가에서 교련 반대 시위가 있었고 이후에 없어지게 됩니다.
◆ 임경빈> 그런 문제를 딛고 전교조가 주장했던 게 이제 학교를 혁신적으로 바꾸자라는 거였고 참교육 운동의 결과로 실제로 바뀐 것들이 많았습니다. 전교조의 참교육 운동 이후에 사라진 것들을 꼽자면 제일 먼저 꼽히는 게 촌지와 체벌입니다.
◇ 김종대> 아니, 우리 임 작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있던 문화입니까?
◆ 임경빈> 저도 있었습니다. 저도 5학년까지는 국민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이제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교무실에 가정통신문 같은 걸 모아서 선생님한테 갖다 드리러 가면 화급히 봉투를 감추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었습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그때는 으레 하는 줄 알았어요.
◆ 임경빈> 그러니까요. 학교에 선생님을 뵈러 온 학부모님들이 상담을 하러 오시면 으레히 뭔가 선물을 하나 가져오시고 그 밑에 돈봉투가 살짝 껴 있었던 이게 당연한 풍경이었는데 전교조가 그 당시에 촌지 퇴출 운동을 벌였었고요. 그래서 다른 교사들한테까지 욕을 먹었다 이런 증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일명 사랑의 매였습니다. 저희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실제로 몽둥이에다가 사랑의 매라고 써서 다니는 선생님들이 계셨어요. 그걸로 이제 정말 지금의 학생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폭력이 이루어졌었죠.
◇ 김종대> 지금은 거꾸로 학생한테 맞는 선생님들도 계세요.
◆ 임경빈> 그러니까요.
◇ 김종대> 요즘은 교육청에 가면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들을 위한 트라우마센터, 치유센터가 생겼어요.
◆ 임경빈> 그럴 정도로 학교 현장에 변화가 있었던 건데 결국에는 전교조 활동 이후에 전교조 참교육 운동 이후에 체벌 금지 운동이 사실상 법제화의 수순을 밟게 되는 그런 과정이 있었습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촌지와 체벌, 폭력이 이제 사라지고 교육이 조금 자율성 내지는 어떤 책임성 있게 어떤 혁신운동이 나타난 겁니다.
◆ 임경빈>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전교조 결성 초기에 이거 전교조 자체가 그 당시에는 불법 노조였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 문교부죠, 그때 당시에는. 교육부인데, 지금의 교육부인데 문교부에서 일선 교육청으로 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공문 제목이 뭐냐 하면 전교조 교사 식별법입니다.
◇ 김종대> 교사 식별법.
◆ 임경빈> 그래서 전교조 교사를 걸러내라는 의미로 식별할 수 있는 표시를 몇 개 적어서 내려보냈는데 뭐라고 적혀 있었냐 하면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교 문집이나 학급 신문을 내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은 교사, 직원 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면서 발언하는 교사니까 이것만 모아서 보면 모범적인 교사상이잖아요.
◇ 김종대> 아니, 우리가 가장 바라는 스승의 상이잖아요.
◆ 임경빈> 바로 그렇습니다.
◇ 김종대> 그런데 그 당시에는 불순한 지표로 봤다는 거죠.
◆ 임경빈> 그렇습니다. 학교 현장에 얼마나 문제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건데 이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참교육 운동을 펼친 결과 지금은 이제 너무나 당연해진 학교운영위원회라든지 무상급식이라든지 학생인권조례라든지 이런 것들이 전교조가 지향했고 화두를 던졌던 참교육의 일환들이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종대> 학생인권조례는 아직도 완성된, 정착된 게 아니고 이것은 사회적 논란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인권조례라는 자체 가치는 확산되고 있다.
◆ 임경빈> 맞습니다.
◇ 김종대> 그렇게 좋은 뜻으로 쓰이던 참교육. 우리 교단의 혁신을 불러온 하나의 시대적 흐름으로서의 참교육이란 좋은 용어가 자리 잡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어느 날 무슨 조폭 용어처럼 이렇게 변질이 돼버렸어요.
◆ 임경빈> 제가 좀 정리를 하다 보니까 결국 두 가지 원인인 것입니다. 먼저 하나는 인터넷 시대로 넘어오면서 원래 의미를 좀 비틀어서 쓰게 되는 그런 변질이 있었던 것 같고 또 하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그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전교조와 참교육 운동 자체의 변질도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더라고요.
◇ 김종대> 조금 희화화된 측면이 있죠.
◆ 임경빈> 그렇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뭐냐 하면 1999년에 김대중 정부 들어와서 전교조가 합법화된 이후에 덩치 자체가 굉장히 커졌습니다. 한때 10만 명에 육박하는 조합원을 자랑했고요.
◇ 김종대> 엄청난 조직이에요.
◆ 임경빈> 엄청난 조직이었습니다. 지금은 한 절반 정도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서 교육계 주류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초기에 참교육 정신이 많이 좀 퇴조를 하고 지나치게 정치화됐다 이런 비판을 받기도 했었고요. 구성원이 아무래도 늘어나다 보면 거기서 일탈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만나는 전교조 교사들 중에서 말로는 참교육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자신을 체벌하는 선생님들 이런 사람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까 전교조의 참교육도 결국에는 이거 내로남불 아니냐, 이렇게 이제 비꼬다 보니까 그런 게 참교육을 비꼬는 흐름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된 그 맥락이 좀 있었더라고요.
◇ 김종대> 그러니까 경쟁은 더 심화되고 그러다 보니까 서열, 위계, 이런 어떤 의식은 옛날보다 더 강화되는 참교육이 아니라 반교육의 시대 흐름을 못 막아낸 거예요.
◆ 임경빈> 그렇죠. 그런 어떤 시대적 문제점 위에 지금의 참교육이라는 단어의 실제 사용 계기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로야구장이었습니다.
◇ 김종대> 프로야구장?
◆ 임경빈> 프로야구장.
◇ 김종대> 그것 참 또...
◆ 임경빈> 2001년 9월로 갑니다. 2001년 9월에 삼성라이온즈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는데 그 당시에 다혈질로 유명했던 외국인 용병선수 중에 펠릭스 호세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 김종대> 이분이 롯데 선수죠.
◆ 임경빈> 굉장히 거포로 유명했던.
◇ 김종대> 거포로 유명하고.
◆ 임경빈> 덩치가 큰 선수였습니다. 그 선수한테 삼성의 투수였던 배영수 선수가 빈볼성 공을 던져서 이 선수는 포볼을 얻어내서 1루로 출루를 한 상태였어요.
◇ 김종대> 빈 볼이라는 것은 몸을 맞출 듯이 위협적으로 던지는 공 이걸 얘기하는 겁니다.
◆ 임경빈> 몸쪽으로 바짝 던지는 그런 공인데 그랬는데 그다음 선수가 롯데 타자가 타석에 들어왔는데 배영수 선수가 또 몸 쪽으로 공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그 선수의 허리를 맞혀버렸어요. 그랬더니 1루에 나가 있던 호세 선수가 이거 일부러 우리 선수들 맞추려고 일부로 공 이렇게 던진다라면서 흥분해서 마운드로 돌진해서 배영수 선수의 턱을 주먹으로 후려쳤습니다. 그 순간 양쪽 벤치에서 선수들이 뛰쳐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고 이 사건 때문에 호세 선수는 KBO에서 잔여 경기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죠.
◇ 김종대> 그렇군요.
◆ 임경빈> 여기까지는 프로야구장의 폭력 사태인데 이후의 문제는 뭐냐 하면 이 사건 이후에 유망주 정도에 머물러 있던 배영수 선수가 얻어맞은 선수죠. 엉뚱하게 야구 재능에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 김종대> 그것 참 희한하네.
◆ 임경빈> 희한한 일이 벌어져요. 그래서 2002년 6월. 그러니까 다음 해 6월부터 죠. 6월 23일부터 2005년 8월까지 8월 30일까지 3년 넘는 기간 동안에 호세가 속해 있었던 그 롯데자이언츠를 상대로 개인적으로 14연승을 달립니다. 롯데한테 지지를 않아요.
◇ 김종대> 3년 동안 만나는 족족 이겨. 그러다 보니까 14연승까지 가.
◆ 임경빈> 난리가 난 거죠. 그러다 보니까 배영수 선수의 재능을 꽃피워준 게 호세 선수의 한 방이 아니었는가. 이런 식의 이야기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도는 거죠. 그래서 이게 배용수가 큰 깨달음을 얻게 된 야구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게 된 호세의 참교육이다.
◇ 김종대> 그런 말이 그때 쓰였다.
◆ 임경빈> 이 말이 이때 쓰였어요. 그리고 굉장히 보편화가 되면서 실제로 배용수 선수 본인도 방송에서 그 참교육 효과를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
◇ 김종대> 그래요?
◆ 임경빈>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 김종대> 이 배용수 선수의 인터뷰인데 그러니까 원래 참교육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체벌을 하지 말자, 때리지 말자는 의미였는데 이제는 때리는 게 이게 참교육이 돼버렸어요.
◆ 임경빈> 이게 인터넷에서의 의미가 역전되는 순간인데요. 한 대 맞고 나서 정신을 번쩍 차렸다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게 이제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해서 어떤 깨달음을 주는 방식이다 이런 의미로 쓰이게 되는데. 예를 들면 꼭 이제 직접적인 폭행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악플을 다는 유저를 고소를 해서 어떤 연예인이 이 사람한테 사과문을 받아냈다. 이거 참교육시켰다 이런 식으로 쓰인다든지 반대로 개념 없는 행동을 하던 잘 나가는 연예인이 여론의 지탄을 받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때 또 나오는 말이 아,참교육시켰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 김종대> 완전히 왜곡되기 시작하네요.
◆ 임경빈> 완전히 왜곡되기 시작합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이용해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 이게 이제 물론 호세 선수가 애초에 폭행으로 시작한 문제였기 때문에 이 단어를 인터넷에 사용하는 맥락에 자연스럽게 폭력적인 의미가 담기는 거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한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교육이라는 건 원래 이렇게 뭔가를 한 방에 바꾸는 게 불가능한, 애초에 그런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시간을 많이 들이고 어떤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노력과 끈기가, 선생님들 노력과 끈기가 필요한 건데 뭔가 이렇게 응징을 해서 한 방에 굴복을 시키고 이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갈망을 거기에 반영하는 거는 사실은 참교육이라는 원래 뜻 그러니까 교육현장에 만연해 있던 힘의 논리 이걸 뿌리 뽑자고 시작했던 참교육 운동의 실제 의미랑은 너무나도 달라진, 30년 만에 완전히 의미가 역전된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김종대> 이제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더 오염되기 전에 원래 30년 전에 제 의미 되돌려놔야 될 것 같습니다.
◆ 임경빈> 그래서 저도 이 시간을 통해서 이제 반성을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저도 이제 유튜브에서 헬마우스라는 채널을 통해서 가짜뉴스 유튜버들을 논박하는 방송을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방송에서 인터넷 용어라고 저도 이 친구를 참교육시키겠습니다라는 단어를 종종 썼더라고요.
◇ 김종대> 그랬습니까?
◆ 임경빈> 그래서 저도 이 시간을 통해서 이 단어를 원래 의미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는 데 앞장서겠다. 단어유실물센터장으로서 이런 약속과 다짐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종대> 임경빈 작가으로 통절한 반성의 말. 이게 바로 참교육의 본뜻이다. 저는 오늘 아주 훌륭한 메시지였다고 봅니다. 진짜 참교육 그 본질을 찾아줍시다. 단어쟁탈전 퀵마우스 임경빈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임경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