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새 전기요금 체계는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연료 가격에 맞춰 전기 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와 전기요금에 포함된 환경비용을 별도 고지하는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를 담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은 전기료 현실화를 위한 요금 체계 개편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체계에서는 생산 비용이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판매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상당 부분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환경비용의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으로 전기 요금은 내년 소폭 하락했다가 점차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 원가 회수에 초점…연료비연동제 도입
정부는 요금을 원가에 기반해 산정하기 위해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기 요금에 '연료비 조정 요금' 항목을 신설해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형태다. 현행 전기 요금 체계는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제때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지난 2013년 이후 조정 없이 운영돼왔다. 정부는 또 기후·환경 비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년 전기 요금 총괄 원가를 사정할 때 비용 변동분을 포함해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주택용 전기 요금 제도도 손을 봤다. 월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대해 최대 4,000원을 할인해주는 '주택용필수사용공제 할인제도'는 할인액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오는 2022년 7월 폐지한다. 저소득층의 전기 요금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도입됐으나 취지와 달리 사용량이 적은 고소득 1~2인 가구에 할인 혜택이 집중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 환경 비용 부담 증가…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듯
개편안이 내년부터 도입되더라도 당장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료비를 좌우하는 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올 들어 40달러대로 내려앉은 탓이다. 유가가 5~6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요금에 반영되는 만큼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내년 1~3월에 월 최대 1,050원, 4~6월에 추가로 월 최대 700원 요금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가와 무관하게 전력 생산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 비용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 kwh당 5원 30전 수준인 환경 요금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요금에 반영될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RPS)을 보면 2021년 3조 2,463억 원에서 2022년 3조 8,875억 원, 2023년 3조 7,917억 원, 2024년 4조 2,811억 원으로 매년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배출권 거래 비용(ETS)이 더 늘어날 경우 기후 환경 비용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