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 곡성 성폭행 누명 사건의 전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가져오신 사건은 최근에 나온 어떤 판결에 대한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12월 13일 1심 판결이 선고됐는데요, 요약하면 ‘성폭행 누명 사건’입니다.

◇ 김현정> 성폭행 사건이 아니고 성폭행 누명 사건이에요?

◆ 손수호> 성폭행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진범이 아닌 다른 사람이 누명 쓰고 감옥에 갔고요. 다행히 항소심에서 진범이 밝혀졌습니다. 그때 누명을 씌운 사람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고, 며칠 전에 그 사건 1심 판결이 나온 거죠.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이 사건 굉장히 지저분합니다. 복잡하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렇더라고요?

◆ 손수호> 1심 판결문이 80쪽 분량이에요. 선정적인 부분이 많은데 오늘은 최대한 걷어내고 소개하겠습니다.

◇ 김현정>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 손수호> 이 사건은 등장인물이 많아요. 그리고 가족들입니다. 그래서 가족 관계부터 정리해야 하겠는데요. 전남 함평에 살던 일용직 근로자 이 씨. 그리고 아내 정 씨.

◇ 김현정> 이 씨와 정 씨가 부부.

◆ 손수호> 네. 아내 정 씨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이들 부부에게는 두 명의 조카가 있었어요. 정 씨 오빠의 딸들인데요. 큰 조카 A씨는 성인되기 전부터 이들 부부 집에 같이 살면서 사료 배달 일을 도왔습니다. 2008년 박 모 씨와 혼인하면서 독립했지만, 그 후에도 수시로 방문하면서 가족처럼 지냈습니다. 둘째 조카 B양도 있는데요. 2003년 정 씨의 오빠가 사망하면서 당시 15살이던 둘째 B양도 중학교를 중퇴하고 이들 부부 집에 함께 살게 됐습니다. 장애가 있던 어머니가 보호시설로 가면서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 김현정> 말하자면 고모 집에서 얹혀 살았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둘째 딸 B양, 아이큐가 44였습니다. 6~7세 아동 수준인 건데요. 지금은 제도가 바뀌었습니다만, 과거 기준으로 보면 지적장애 2급이었습니다. 언니 A씨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지적 수준이었습니다.

◇ 김현정> 자매인 A씨, B양 둘 다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부모 보살핌을 받지도 못하고 딱하게도 고모, 고모부 집에 살게 된 거네요.

◆ 손수호> 네. 그런데 정말 딱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둘째 B양이 고모, 고모부와 함께 살게 된 건 2013년 여름부터인데요. 거의 그 직후인 그 해 여름과 가을에 고모부 이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합니다.

◇ 김현정> 몇 살 때인데요?

◆ 손수호> 중학교 중퇴한 15살 때였습니다.

◇ 김현정> 15살 때.

◆ 손수호> 게다가 첫 번째 범행을 언니 A씨가 직접 봤어요. 그래서 고모에게 얘기했고요. 고모 정 씨가 남편 이 씨에게 따져 물었는데, 이 씨는 “그런 일 없다.”며 부인했습니다. 그 이후 B양이 돈을 가지고 있는 걸 고모 정 씨가 봤어요.

◇ 김현정> 둘째가 돈을 갖고 있어요?

◆ 손수호> 네. 그래서 혹시 남편이 성폭행 한 다음 돈 준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해서, 남편을 재차 추궁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씨가 다시 한 번 부인하면서 이렇게 둘러댔어요. “내가 아니라 마을 이장 조 씨가 한 거다.”

◇ 김현정> 이장이 그랬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추궁할 때마다 계속 이장 얘기를 한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장이 조카를 성폭행했으면 당장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손수호> 신고하지 못한 이유가 여럿 있었어요. 우선 남편의 성폭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큰조카의 얘기가 있었고요. 또 그 후 남편과 같이 이장을 찾아가서 추궁을 했는데, 이장 조 씨가 펄쩍 뛰면서 남편 뺨을 때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참 황당하고 놀랍고 어이없는데요. 고모 정 씨가 이미 예전부터 큰조카 A씨가 이장 조 씨를 만나 돈 받고 성관계 하도록 주선했습니다.

◇ 김현정> 성매매 알선을 했다고요, 고모가?

◆ 손수호> 네. 고모가 조카 성매매를 알선 한 거죠.

◇ 김현정> 참나. 그러니까 결국 신고를 안 했던 거네요, 고모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지나서 고모 정 씨가 술 마시다 술김에 112에 전화를 합니다. 그래서 마치 자신이 큰조카 A씨인 것처럼 사칭해서 “내 동생 B가 이장 조 씨로부터 성폭행 당했다, 성추행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했어요. 그리고 B양에게는 경찰 가서 이장 조 씨한테 당했다고 진술하라면서 모텔 이름 알려주고 성폭행 상황도 교육시켰습니다. B양이 그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 하니까 때리기도 했고요. 결국 B양이 허위 고소장 작성해서 제출 했어요. 경찰 가서도 정 씨가 시킨 대로 허위 진술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 이장 조 씨가 누명 쓰고 처벌까지 받은 거예요?

◆ 손수호> 다행히도 그렇진 않았습니다. 당연히 B양의 진술이 앞뒤가 안 맞고 부정확했거든요.

◇ 김현정> 횡설수설했겠죠.

◆ 손수호> 그래서 경찰이 다시 나와서 추가 조사하자고 했는데 B양이 그걸 거부했고요. 결국 이후 고소 취소되면서 그 사건은 불기소로 종결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성폭행 누명 사건까지는 안 가고 끝난 거잖아요?

◆ 손수호>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 김현정> 지금부터 시작입니까?

◆ 손수호> 이 사건이 굉장히 커요. 여러 범죄가 묶여 있습니다. 이들 부부가 이장을 성폭행범으로 몰았다가 사건이 불기소로 끝났잖아요. 그래서 결국 그 동네를 떠났습니다.

◇ 김현정> 살 수가 없었군요.

◆ 손수호> 전남 곡성으로 이사 했는데요. 그런데 고모부 이 씨가 여기 가서도 둘째 B양을 계속 성폭행했습니다.

◇ 김현정> 15살짜리 조카를 계속 성폭행했어요.

◆ 손수호> 그리고 당시에 아내 정 씨도 이 사실을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B양이 또 다시 돈을 갖고 있는 걸 본 고모 정 씨가 남편을 다시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이 씨가 이번에는 다른 사람 이름을 등장시킵니다.

◇ 김현정> 누구요?

◆ 손수호> “아래층 사는 김 씨가 B와 성관계하고 돈 준 거다.”

◇ 김현정> 이번에는 아래층 김 씨를 지목한 겁니까?

◆ 손수호> 네, 정 씨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카 B양에게 “아래층 김 씨로부터 성폭행 당했다고 말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그리고 빌라 관리인에게도 그런 얘기를 했고요.

◇ 김현정> 그런데 아래층 사는 이웃 주민 김 씨는 의심할만한 부분이 있었던 사람이에요?

◆ 손수호>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신고도 안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몇 달 지나서 술에 취한 정 씨가 아래층 김 씨를 찾아가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러자 김 씨가 정 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정 씨가 이렇게 말했어요. “이 사람이 내 조카를 성폭행했다.”

◇ 김현정> 거짓말을 했군요.

◆ 손수호> 그래서 일이 커진 거죠. 경찰이 관련자 불러서 조사하기 시작했고요. 고모 정 씨는 이번에도 조카 B씨를 때리면서 “아래층 남자에게 당했다라고 말해라” 이렇게 강요한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진짜 성폭행범인 그 고모부, 남편 이 씨는 가만히 있었던 거예요?

◆ 손수호>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죠. 오히려 고모 말 대로 하라면서 거들고요. 한 술 더 떠 구체적인 모텔 이름을 말하면서 거기를 범행 장소로 말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장소는 고모부 이 씨가 B양을 성폭행한 장소였습니다.

◇ 김현정> 자기가 조카를?

◆ 손수호> 네. 그래도 이렇게 자세히 지정을 해 주니까 B양의 진술이 구체적이 된 거예요. 굉장히 유력한 증거가 된 거죠. 물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지는 않았기 때문에 김 씨가 구속되지 않은 상태로 기소되고 재판 받았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에 고모 정 씨가 증인으로 나왔어요. 위증의 벌 받기로 선서하고 증언했는데. 이웃 주민 김 씨가 성폭행범이라고 허위 증언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이웃에 사는 김 씨는 정말 어이없게도 성폭행범이 된 거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김 씨는 재판 받으면서도 “나는 B양이 누군지도 모른다. 만난 적도 없다. 그런 일 안 했다.”라며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B양 진술이 비교적 일관됐고, 고모의 증언도 있었고, 특히 범행 장소에 대한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말았습니다.

◇ 김현정> OOO 모텔, 이름까지 나오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 억울했던 김씨는 고모 정 씨를 무고죄로 고소했거든요. 그런데 법원은 그게 오히려 무고라고 봤습니다. 결국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 김현정> 황당하네요. 아무 죄 없는 사람이 성폭행범으로 몰려서 구치소에 간 거잖아요?

◆ 손수호> 김 씨는 그 후에도 계속 무죄 주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나는 결백하니까 절대 합의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특히 딸이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 김현정> 누명 벗기기 위해서?

◆ 손수호> 네. 직접 곡성으로 가서 마을 주민 이야기를 수집하고 사건의 진상을 추적했는데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B양의 언니 A씨로부터 방송에서 전할 수 없는 엄청난 욕설을 듣는 등 고통을 받았고요. 유산까지 했습니다.

◇ 김현정> 아버지는 억울하게 옥살이하고 딸은 유산하고. 가정이 풍비박산 났겠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 무렵 둘째 B양이 가출해서 L모 씨와 동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김 씨 딸이 정말 어렵게 B양을 찾아냈어요. 동거하던 L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다 하면서 설득했습니다.

◇ 김현정> 우리 아버지가 누명 썼다, 이런 것들?

◆ 손수호> 그렇습니다. L씨가 주선을 했고요, 그때는 이미 성인이 된 B씨가 결국 진실을 털어놨습니다.

◇ 김현정> 동거인이 설득을 했군요?

◆ 손수호> 네. 이후 B씨가 김 씨의 항소심 재판에 극적으로 나왔고요. 사실은 김 씨가 아니라 고모부한테 당한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 딸의 노력 덕분으로 진실이 밝혀진 거네요.

◆ 손수호> 그렇죠. 결국 억울하게 구속된 지 10개월 만에 풀려났고, 무죄 판결이 확정됐어요. 그런데 사건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 김현정> 또 뭐가 남았어요?

◆ 손수호> 네. B씨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힌 바로 다음 날 고모부 이 씨가 L씨에게 전화해서 “내가 범인 맞다”고 고백한 후 음독 자살을 기도합니다.

◇ 김현정> 둘째 조카 B씨의 동거인 L씨한테 전화를 해서?

◆ 손수호> 이 씨가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이 무고 사건의 주범인 정 씨는 “이 모든 일이 L씨 때문”이라며 격분했습니다. L씨에게 전화해서 죽여버리겠다 그리고 차마 방송에서 말할 수 없는 여러 협박까지 합니다.

◇ 김현정> 반성이 전혀 없네요?

◆ 손수호> 네. 이후 B씨와 L씨는 결혼을 했어요.

◇ 김현정> 조카하고 동거하던 L씨가.

◆ 손수호> 네. 그리고 L씨가 아내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처 고모부 이 씨를 고발했습니다. 결국 이 씨가 징역 2년 6개월 형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정 씨는 그런 상황에서도 남편을 어떻게든 석방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 김현정> 자기 조카한테 그렇게 몹쓸 짓한 남편인데도 또 석방을 위해서 노력을 해요?

◆ 손수호> 그래서 계획을 세우는데요. L씨를 구속시킨 다음 혼자 남은 조카 B씨를 설득을 해서 진술을 또다시 번복시키려고 한 겁니다.

◇ 김현정> 아니 그게 마음대로 됩니까?

◆ 손수호> 이번에도 같은 수법을 시도했는데요. L씨를 성폭행범으로 몰아서 구속시키려 했던 겁니다. 교도소 가서 남편 만나서 논의도 했어요. 그 후 이번데는 큰조카 A씨 부부를 찾아갑니다.

◇ 김현정> 아까 지적능력 떨어진다고 했잖아요. A씨도?

◆ 손수호> 네. A씨에게 이렇게 말을 했어요. “L씨로부터 성폭행 당한 것으로 신고해라.” 그리고 이어서 A씨의 남편 박 모 씨에게도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요?

◆ 손수호> “사실 네 아내 A씨도 고모부한테 성폭행 당했다. 그래서 우리 전세금이라도 빼서 합의금 주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고모부가 출소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L씨를 성폭행범으로 신고해서 구속되게 만들어달라.”

◇ 김현정> 한 마디로 돈 줄 테니까 무고 도와라 이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A씨 부부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B씨 남편인 L씨가 A씨를 두 차례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L씨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무슨 준비요?


◆ 손수호> 이 사람들이 이상하잖아요. 전화 통화 녹취록 등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곧바로 무고죄로 고소했습니다.

◇ 김현정> 녹취 증거가 다 있었군요?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이 사건 결국 어떻게 된 겁니까?

◆ 손수호> 다행히 언니 A씨가 경찰에서 진실을 털어놨어요. 그리고 A씨 남편 박 씨도 자백했습니다. 정 씨의 무고 교사 사실을 털어놓은 놓은 거죠. 그래서 L씨는 누명을 쓰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아니, 진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고 정상적인 사람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사건인데, 그럼 이번에 판결이 내려진 게 바로 고모 정 씨.

◆ 손수호> 네. 무고에 가담한 사람들이 적발돼서 재판 받은 거죠. 우선 고모 정 씨. 3명을 대상으로 무고, 무고 교사를 했죠. 그중 한 명은 아무 죄 없이 실제로 옥살이했습니다. 고모 정 씨에게 징역 7년형 선고됐습니다. 무고, 무고교사, 강요, 특수강요, 협박, 모해위증, 명예훼손, 장애인복지법 위반까지 인정됐습니다.

◇ 김현정> 고모부는요?

◆ 손수호> 고모부 이 씨에게는 징역 3년 6개월 형 나왔습니다. 무고는 물론이고 아청법, 성폭법 위반이 인정됐는데요, 그런데 이미 2018년에 아청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 형 받았고, 2019년에도 역시 같은 죄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받은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자매 A, B 중에 언니 A씨 부부는요?

◆ 손수호> A씨가 곧바로 진실을 털어놓긴 했지만 그 후 재판에서 L씨에게 욕설을 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요. A씨는 징역 1년 형. 또 A씨의 남편 박 씨.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집행을 2년간 유예했는데요. 죄가 중하지만 정 씨의 교사에 따른 것이었고, 피해자 L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어린 자녀가 있는데 부모 모두 구속하는 건 가혹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B씨. 둘째 조카 B씨는 사실 고모부에게 강간을 당한 성범죄 피해자이기도 해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하지만 아무런 잘못 없는 아래층 사람 김 씨를 무고했고 그로 인해 그 가정을 엄청난 고통으로 몰아넣은 거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성폭행을 당했던 B도 결국 처벌을 받은 거예요?

◆ 손수호> 네. 징역형의 집행유예죠.

◇ 김현정> 이 이야기를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도 너무 무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의 연속이네요. 믿기 힘든 일이네요. 오늘 손 탐정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요?

◆ 손수호> 우리 형사법의 대원칙이죠.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무죄 추정의 원칙”. 그런데 성범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과연 이 대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물론 조두순 같은 극악한 범죄자가 있고 당연히 엄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범죄 고소, 고발 사건에서 유죄 추정을 하면 안 됩니다.

일단 유죄로 보고 피의자, 피고인에게 “무죄 증거 가져와라, 너 스스로 너의 무죄를 증명해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유죄다.”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됩니다. 무고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법조인들도 반성하고 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오늘 내용을 절대 오해하면 안 됩니다. 이건 젠더 문제가 아니에요. 헌법 문제이자 형사법 사안입니다. 남성, 여성 편 가르고 싸울 일이 아니에요.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 지금 상황에서는 억울한 일 당할 수 있습니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 고소 고발 당했을 때, 기소됐을 때, 재판 받을 때 어떻게 취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단히 중요한 법적 문제입니다.

◇ 김현정> 네, 탐정 손수호, 참으로 황당하고 복잡한 성폭행 누명 사건 알아봤습니다. 여기까지 다루고 댓꿀쇼에서 좀 더 자세히 나눠보죠.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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