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약 사둬라"…'SNS괴담'에 사재기 조짐

해열진통제·소염제 등 대량 구매 현상…지난 3월 '마스크 대란' 떠오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코로나 대비 상비약 준비하라" 글 확산
전문가 "선별진료소 먼저 갈 것" 조언

(사진=자료사진)
#. 충남에 사는 김은희(52·가명)씨는 코로나19가 또다시 확산하자 지난주 약국에서 소염제, 해열제 등 약을 각각 10통씩 샀다. 김씨는 "하루에 확진자가 1천 명 넘게 나오고 병상도 부족하다고 하니 갑자기 너무 두려움이 들었다"며 "병원에 갈 수 없을 상황을 대비해 약국에 가서 상비약을 대량으로 구매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이어 "주변 지인들도 모두 이렇게 준비하고 있고 스스로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근 하루에만 1천 명이 넘는 확진자 속출에 시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면서 가정용 상비약을 무더기로 구매하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찾는 약은 주로 코로나19의 증상을 완화해줄 수 있는 해열진통제, 소염제, 기침 가래약, 어린이용 해열제 등이었다.

송재신 약사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주 한 부부가 해열진통제, 소염제, 감기약 등을 10~20통씩 사 갔다"며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고, 재고도 많다 해도 제법 많은 양을 사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에도 몇 분이나 더 비슷한 종류의 약을 상당히 많이 사 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약사 역시 "매일 한 명 이상의 고객이 SNS에 떠도는 코로나19 대비 상비약이란 글을 보여주며 이대로 약을 다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의대 졸업생들의 단톡방에 올라온 내용'이라며 코로나19 현황분석, 대비책, 확진 후 증상, 예상되는 조치, 결론을 담은 내용의 글도 떠도는 실정이다.

하지만 서울의대를 졸업한 한 의사는 "처음 보는 글"이라며 "상비약을 사두는 것은 좋지만 자가치료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말하면 혼란만 초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지난 3월 '마스크 대란'에 대한 트라우마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에도 병상이 없어 당장 입원하지 못하는 확진자가 속출하는 점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말을 동동 굴렀던 경험이 떠올라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비상약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찾는 손님이 많아지며 일부 약국에서 코로나 대비 비상약 리스트까지 등장한 가운데 사재기 등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작 필요한 이들이 약을 구매하려 할 때 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약사는 "아직 시장에 재고도 많이 있고, 제약회사도 많다 보니 마스크 대란과 같은 공급 우려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너무 걱정 말고 정 필요하면 1, 2통 정도 사는 건 좋지만 사재기를 하실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글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비상약은 필요하다"면서도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먼저라고 당부했다.

선별진료소 앞 줄선 시민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홍성엽 교수는 "차라리 약을 사 먹지 말고 선별진료소를 가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서 그 사람들이 감기약처럼 비상약을 먹을 가능성이 있다"며 "감기랑 감별이 안 되고 현재 유행인 계절 독감과 감별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천 명 중의 한 명을 놓치면 한 명이 2주마다 한 명의 확진자를 만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일 1030명 이후 사흘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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