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출소 나흘째인 15일, 그의 거주지 주변은 지난 주말보다는 한산했지만 주민들은 불만과 불안감으로 극도로 예민했다. 조두순 관련 영상을 찍어 올리려는 유튜버 등 개인방송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민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 A(23)씨는 "돈 욕심에 조두순을 이용하려는 BJ들이 갈수록 더 자극적인 행동을 해 보기에 거북스럽다"며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방송을 내보는 것 자체가 공포"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무분별한 개인 방송, '불안·불편'에 경제 피해까지
유튜버들 사이에선 조두순을 소재로 한 영상을 이용해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리거나 각종 포인트를 쌓아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BJ들이 급증하면서 '두순코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주부 B(42)씨는 유튜버들이 시도 때도 없이 욕설과 외설적인 말을 내뱉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죽이겠다', '와이프 ××겠다'는 등 입에 담지 못 할 욕설을 퍼붓기 일쑤"라며 "아이들 교육은 물론 차들까지 몰려 골목길 교통사고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C(62)씨는 "방송한다고 모인 사람들 때문에 주민들까지 신분증 검사를 해 불편하다"며 "가뜩이나 힘든데 동네 이미지만 버려 놨다"고 언짢아했다.
뿐만 아니라 유튜버들이 조두순이나 그의 부인을 촬영하기 위해 허위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음식점들의 피해도 발생했다.
한 식당 주인 D(57)씨는 "방송하는 사람들이 조두순 골탕 먹이겠다고 음식 주문해 놓고 돈도 안 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가뜩이나 코로나에 조두순에 장사도 안 되는데 유튜버들까지 설쳐서 식당들만 골치 아프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음식점들은 조두순의 집으로 음식 주문이 들어왔을 경우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중이다.
◇상업성+소영웅주의 부작용, 제도적 엄단 관건
안산시와 안산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조두순의 거주지 일대에서 개인 방송을 시도하던 유튜버 등과 관련한 주민 불편 신고 건수는 출소 이틀 만에 100여 건을 넘어섰다. 소란행위에 따른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인 사람은 현재까지 8명이다.
12일 조두순 출소 이후 거주지 일대에 몰린 유튜버 등 개인 방송인들은 주민 접촉, 고성방가, 욕설, 건물침입, 폭력, 경찰 조롱 등의 소란을 일으켜 주민 피해를 초래해 왔다.
특히 영상물들은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아 주민 초상권 침해와 동네 주소 노출 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주민대표단이 경찰을 상대로 주민 불안·불편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안산시도 유튜브 측에 조두순 관련 영상물 삭제와 송출 금지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경찰은 조두순 거주지 일대에 100여 명을 투입해 유튜버 등의 무단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낮에는 뒷산에 올라 동네 모습을 생중계하는 경우가 잇따라 산책로에도 순찰 경력을 배치했다.
이에 대해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상업적으로 주목을 끌려는 행위이자 삐뚤어진 소영웅주의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억압된 스트레스를 풀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대상을 정해 비정상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곽대경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주거침입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을 근거로 개인 방송인들의 몰지각한 행동을 강력히 제한해 주민들의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두순 거주지 일대를 특별 치안 구역 등으로 지정해 성범죄 예방은 물론 자극적인 방송 시도 등으로 소란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