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사과' 엎치락뒤치락 김종인…"왜 하필 지금이냐" 당내 반발
김 위원장으로 국민의힘 수장으로 취임 후 줄곧 두 전직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를 예고해왔다. 문제는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공수처법을 둘러싼 여야의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국민 사과 카드를 꺼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당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4주년인 지난 9일 대국민 사과를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과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특히 '시기'를 두고 당내 우려가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의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조차 공수처법 개정안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대국민 사과는 단일대오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반발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1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공수처법을 두고 전쟁이 일어난 마당에 탄핵 같은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패착이었다"며 "하필 왜 이 시기에 강행하려고 했는지 김 위원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도 통화에서 "탄핵에 대한 사과를 한다는 건 동의할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이 사과의 주체로서 어떤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탄핵을 부정해온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물이면 몰라도 김 위원장이 하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어주겠냐"고 강조했다.
◇'버스 떠나고 필리버스터?' 당내 비판…'태극기세력 합류' 회의체 참석 주호영
원내 사렵탑인 주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터져 나온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와 본회의 등을 거치는 만큼 시사각각 원내 지도부의 전략에 따라 여야의 판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180석에 달하는 범여권 세력의 규모를 감안하면 공수처법 개정안의 통과는 피할 수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를 저지하는 방식에 따라 민주당의 일방처리 폭거를 잘 드러내며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핵심 쟁점인 공수처법이 통과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 개수를 두고 혼선을 보인 점도 전략 부재의 사례로 꼽힌다. 지난 9일 오후 2시 본회의 개의와 함께 국민의힘은 당초 공수처법 개정안과 국정원법 개정안, 남북관계발전법, 5·18역사왜곡처벌법, 사회적참사진실규명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비쟁점 법안들이 처리되는 도중 원내 대변인들은 필리버스터 안건이 3개라고 정정 발표 후 재차 5개로 수정했다. 이후 결국 3개로 수정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본회의 직전 국민의힘이 발의한 공수처법 수정안 표결 과정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여당 법안과 혼동해 자당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내 의원들을 위한 원내 지도부의 사전 공지와 내부 소통이 있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플랜을 제시하고, 쟁점 사항 등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원내 지도부에서 알려준 게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여야 대치 국면에서 주 원내대표가 태극기세력 등이 참여하는 연석회의에 합류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반문(반문재인)연대의 일환으로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 출범식 참석과 함께 공동 대표를 맡았다.
이재오‧김문수 전 의원이 참여하는 이 회의체에는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전 대표 등 태극기세력 인사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이같은 반문연대 움직임에 김종인 위원장은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어, 주 원내대표와의 엇박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내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일면서 당내에선 원내대표 교체설까지 나온다.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정비 차원에서라도 연내에 조기 원내대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르면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난 직후 경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차기 원내사령탑 후보군으로는 권성동‧권영세‧김기현‧유의동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