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12년째 이어지는 국민적 분노…조두순, 용서받을 수 있을까 ②거세지는 조두순 처벌·감시 강화 여론…'역효과' 우려도 ③'시민 조두순' 어떻게 맞아야 하나…지자체도 '골몰' |
조두순을 감시하고 옥죄는 데만 초점을 맞췄을 뿐, 그가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할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조두순 집중 감시에 올인한 안산시 대책
안산시는 최근 조두순 출소와 관련한 지역주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조두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먼저 시는 조두순 거주지 인근의 치안을 대폭 강화한다. 그의 집 주변에 순찰초소 2곳을 신설하고 이곳을 순찰할 무도관급 청원경찰 등 12명을 채용했다. 청원경찰들은 앞으로 자율방범대와 로보캅순찰대 등과 함께 24시간 순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방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조두순 집 반경 1.2㎞ 내에 태양광조명 1670개와 반사경 등을 설치하고 LED등을 교체한다. 그의 집과 인접한 3천 가구에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안심벨을 지원하고, 공공화장실 108곳에도 안심비상벨을 설치한다.
◇지나친 감시·사회적 고립, 재범 위험성 높여
안산시의 대책은 모두 조두순에 대한 '감시'에 집중한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방범대책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지나치게 내세우면 특정 지역이 부각돼 불안감을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형을 마친 조두순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 범죄 충동을 억제할 행정적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출소자에 대한 관리와 개입 대신 일방적으로 사회에서 배척하고 고립시키면 오히려 재범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성균관대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이동훈 박사 등은 '출소자 대상의 보호사업 및 심리상담 서비스가 재범여부에 미치는 효과성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지난 2017년 출소자 1만 348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취업지원 등의 보호사업을 받지 못 할수록 '직업 불안정성'과 '사회적 결속의 미비' 등으로 출소자의 재범확률이 2배가량 높아졌다고 밝혔다.
조두순은 최근 출소 후 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그러나 그에게 세금을 들여 교육하는 게 아깝다는 국민적 반발이 나오자 법무부는 접수를 보류했다.
평균 취업 성공률이 60% 수준인 해당 갱생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그가 취업할지는 미지수다. 68세로 고령인데다, 국민적 공분을 산 그를 채용할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관계자는 "조두순이 프로그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 출소 후에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두순 자립·재범 방지, 지자체 제 역할 해야"
지자체인 안산시도 조두순의 사회 적응을 통한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법무부가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시 자체적으로 출소자의 갱생지원을 할 법적 의무도 없다는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사회로 복귀한 조두순이 불안정한 생활로 또 다시 범죄 충동에 빠지지 않도록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학교 곽대경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지역 여건을 잘 살필 수 있는 지자체가 유관기관들과 협력 체계를 구성해 출소자의 올바른 재사회화를 유도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도 "벌을 받고 출소한 시민을 적응 시킬 수 있어야 선진사회"라며 "정부에만 기댈 게 아니라 지자체가 나서 특혜까지는 아니더라도 조두순이 혼자 힘으로 삶을 지탱하고 사회로부터 단절되지 않게 해 재범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