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간판 빅맨 오세근은 지난 11월12일 부산 KT와 원정경기 이후 3경기에 결장했다. 휴식기 이전 마지막 경기였던 전주 KCC전에 뛰지 않았고 휴식기가 끝난 뒤에 열린 인천 전자랜드, 창원 LG전에도 코트를 밟지 않았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오세근에게 특별히 큰 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세근의 결장은 KGC인삼공사가 풀어야 할 숙제로 생각하는 '싱글 포스트'에 대한 고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싱글 포스트는 정통 외국인 빅맨에 높이보다는 기동력이 더 좋은 국내 포워드가 골밑 파트너로 활동하는 것을 뜻한다.
김승기 감독은 "승부처 막판에 상대의 싱글 포스트에 밀려 진 경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도 싱글 포스트를 너무 하고 싶었다. 휴식기 기간에 집중적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가 싱글 포스트를 가동한다는 의미는 외국인 센터 곁에 오세근 대신 양희종을 세운다는 의미다.
신장 194cm의 베테랑 포워드 양희종은 그동안 주로 스몰포워드로 뛰었다.
최근 스몰라인업을 자주 볼 수 있는 리그 흐름상 양희종은 파워포워드를 소화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높이는 다소 약해지지만 팀 전체 기동력이 크게 나아지고 양희종의 최대 강점인 수비 노하우를 잘 활용할 수 있다.
오세근의 신장은 200cm다. 설명이 필요없는 리그 최고의 빅맨이다. 오세근이 뛰는 KGC인삼공사의 골밑 경쟁력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각 팀의 공수전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빅맨이 감당해야 할 외곽 수비의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오세근이 출전할 때 김승기 감독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KGC인삼공사는 휴식기 이후 2경기를 모두 이겼다. 오세근이 벤치를 지켜 의구심을 자아냈지만 여기에는 싱글 포스트에 대한 갈증이 배경에 깔렸다.
이때 오세근 대신 활약한 선수는 바로 부상에서 건강하게 복귀한 양희종이었다.
그렇지만 KGC인삼공사는 싱글 포스트로 시즌 끝까지 밀어불일 생각은 없다.
김승기 감독은 "싱글 포스트만 갖고는 절대로 되지 않는다. 마지막은 항상 더블 포스트로 해줘야 한다. 그래서 우승권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근이 버티는 더블 포스트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여기에 양희종을 활용한 싱글 포스트 옵션을 실험하고 싶어 했다. 오세근은 그래서 벤치를 지켰던 것이다.
골밑이 강한 서울 SK와 맞붙은 지난 8일 서울 SK와 원정경기에서는 오세근이 선발 출전했다. 오세근은 25분 동안 19득점 9리바운드를 올리며 더블 포스트의 위력을 보여줬다. 팀은 SK를 83대68로 완파했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후 "오세근이 휴식기 동안 운동을 정말 많이 했다. 너무 잘해줬고 무엇보다 수비를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양희종을 앞세운 싱글 포스트도 했고 이제 더블 포스트도 됐다. 둘 다 할 수 있게 되면서 전보다 여유가 생겼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오세근은 휴식기 동안 팀의 방향성을 생각하며 운동에 집중했다. 모처럼 잡은 출전 기회에서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김승기 감독은 싱글 포스트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강력한 골밑 경쟁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오세근은 변함없이 우승에 도전하는 KGC인삼공사의 가장 중요한 열쇠다.
KGC인삼공사는 11일 오후 7시 경기도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붙는다. 함지훈, 장재석 등 강력한 국내 빅맨진을 갖춘 팀이다. 오세근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