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5대5 공격, 세트 오펜스에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라건아와 타일러 데이비스가 골밑에서 버티고 그 뒤에는 정통 빅맨들의 득점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2대2 공격 전개의 달인 이정현이 있다.
전창진 KCC 감독은 10일 오후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끝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홈 경기에서 70대58로 승리한 뒤 "송교창이 먼저 끌고 마무리는 이정현이 해냈다"고 말했다.
송교창은 팀내 최다인 16득점에 7리바운드 2스틸을 보탰고 이정현은 4쿼터 승부처에서 8점을 몰아넣는 등 14득점 2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이정현은 4쿼터에 해결사 역할을 했지만 이전까지는 빅맨들과 함께 하는 공격 전개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타일러 데이비스와 호흡이 괜찮았다. 스크린을 타고 골밑으로 파고들어 상대 빅맨 수비수를 자신에게 붙인 뒤 데이비스에게 건네는 패스가 특히 위력적이었다. 패스 타이밍이 절묘했다.
둘의 호흡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정현은 "데이비스가 처음 왔을 때 2대2 게임을 많이 안 해본 선수 같았다. 골밑 장악력이 워낙 좋은 선수니까. KBL에서는 2대2가 대세이고 또 트렌드인데, 데이비스가 적응하면서 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리그에서 2대2 공격 전개를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다.
이정현은 2대2 공격을 잘할 수 있는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상대 빅맨이 블록을 하러 오는지, 함정 수비가 어디까지 들어오는지를 끝까지 본다"고 답했다.
이어 "(이전 소속팀인) 안양 KGC인삼공사 시절에 (김)성철이 형과 (김)태술이 형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고 데이비드 사이먼, 찰스 로드 등 좋은 외국인 빅맨들과 호흡을 맞춘 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정현의 2대2 공격이 위력적인 이유는 스크린 이후 골밑으로 들어가는 빅맨 활용에 모든 초점을 맞추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격 기회를 먼저 노리기 때문에 상대 수비가 느끼는 압박감이 더 크다.
이는 최근 볼핸들러로서 2대2 공격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송교창에게 이정현이 전하는 조언 내용이기도 하다.
송교창은 "나의 공격을 먼저 안 보고 패스를 주려고만 하면 실수가 나오거나 패스 자체가 정확하게 들어가지 않더라"며 이정현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대2 공격과 1대1, 아이솔레이션 공격 중 어떤 방식을 더 선호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솔직히 아이솔레이션이 더 편하다"고 웃으며 "패스를 잘 주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신장 198cm의 포워드 송교창은 정통 빅맨이 아니지만 현재 팀 사정상 파워포워드 역할을 맡는다.
정통 빅맨과 맞설 때는 신장과 파워가 다소 부족하지만 공격시에는 역으로 미스매치를 만들 수 있다. 리그의 정통 파워포워드 중에 송교창의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신장에서 비롯된 미스매치보다 스피드 차이에서 유발되는 미스매치가 수비 입장에서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송교창의 기동력은 오리온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속공에서 위력적인 마무리 능력을 뽐냈고 세트 오펜스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특히 상대 지역방어에 균열을 만드는 역할을 잘 해냈다.
KCC는 송교창이 있기에 공수전환 싸움에서 다수의 팀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전창진 감독은 오리온전에서 기대한만큼 속공이 잘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면서도 "우리가 트랜지션 싸움에서는 상당히 강한 편"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