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스크린에서 활동했던 배우 황정민이 8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지난해 940만 관객을 모아 히트를 기록한 '엑시트' 이후 차기작에 관심이 쏠렸던 임윤아도 합류했다. 두 사람은 '펜보다 강한' 밥벌이를 위해 애쓰는 기자로 변신했다.
10일 오후,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극본 김정민, 연출 최규식, 제작 키이스트·JTBC 스튜디오)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MC 박경림이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최규식 PD, 배우 황정민과 임윤아가 참석했다.
'허쉬'는 펜대보다 큐대 잡는 날이 많은 '고인물' 기자 한준혁(황정민 분)과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생존형' 인턴 이지수(임윤아 분)의 쌍방 성장기이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그리는 작품으로 내일(11일) 첫 방송을 앞뒀다.
"걱정은 제가 TV로 비쳐졌을 때, 제가 피부가 워낙 안 좋다 보니까…"라고 너스레를 떤 황정민은 "아무튼 작품이 너무 좋았다. 제가 너무너무 좋은 책을 한 권 샀다고 하면 나만 읽기가 너무 아까운 거다. 이 얘기는 (마치) 친구한테 선물하고 싶은 책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윤아는 '왕은 사랑한다' 이후로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임윤아는 "늘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저에게서 어떤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선택하는 편인데, '허쉬'라는 작품은 전체적인 작품 톤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무엇보다도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황정민 선배님께서 준혁 역을 연기한다고 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황정민이 맡은 한준혁은 국내 굴지의 언론사 매일한국의 12년차 베테랑 기자이지만 기자가 됐을 때의 초심과 열정은 꺼져버린 지 오래다. 임윤아가 맡은 이지수는 허기를 이길 수 있는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는 매일한국 인턴이다.
황정민은 "대단히 나약한 인물인데 나약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있다. 아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모습일 수도 있다. 저도 배우 아닌 황정민으로서는 되게 나약할 때가 많다. 배우일 때는 나약하지 않으려고 되게 애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시청자분들이 이걸 보신다면 훨씬 더 한준혁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역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 둔 부분은 한준혁이 지닌 '뿌리'를 튼튼히 세우는 것이었다. 황정민은 "이 사람이 가진 뿌리가 제일 중요하다. 투철한 기자 정신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데 그 뿌리가 제일 중요한 거다. 밖으로 표현하기보다는 항상 마음에 깊이 갖고 있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어떻게 하면 내가 (그런 성질을) 잘 가지고 갈까에 관해 고민이 많고 힘들었다"라고 밝혔다.
본인과 어느 정도 닮았는지 질문하자 임윤아는 "전 직설적으로 말을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제가 일하면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때 그때만큼은 의견을 확실하게 내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임윤아는 '허쉬'를 위해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고, 직접 기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임윤아는 "단발은 예전에도 해 본 적 있는데 층이 많이 진 스타일(허쉬컷)은 처음 해 보는 거다. 대본에서부터 '짧은 머리의 지수'라고 돼 있었다. 작가님과 얘기했을 때도 저도 지수라면 이런 스타일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해서 너무나도 흔쾌히 머리를 잘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서와 신문사에 가서 기자님들이 분위기도 보고 얘기하며 공부하는 과정이 있었다, 짧지만"이라고 덧붙였다.
황정민은 "중심을 잡는 게 제일 중요했다. 촬영 시작하면서 한 보름 정도가 되게 힘들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딱 (느낌이) 왔을 때 '아, 이게 한준혁의 중심이구나'라고 알았을 땐 편해졌다. 개인적으로 공부도 많이 했지만 주변에서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윤아씨나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과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게 있다"라고 말했다.
최규식 PD는 '허쉬'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긴 하지만 '기자의 세계'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적인 얘기도 나오지만 기자들의 동료애라든지 가족 간의 정 같은 인간적인 부분과, 모든 직장인이 느낄 수 있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과 고민을 다룬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정서를 담고 있다. 조금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거울 수 있지만 무겁지 않고, 가벼워 보이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게 저희 드라마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황정민은 임윤아의 첫인상을 물었을 때 "최곱니다, 최고. 남자들 나오는 영화만 너무 많이 해 가지고 여배우분을 처음 봐서 너무 좋았다"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 황정민은 "처음에는 당연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소녀시대 윤아로 보게 되어서 '오와~~' 막 이랬는데 작업하면서 너무 고마운 건 포용력이 굉장히 상당하다는 거다. 이지수라는 인물 자체는 되게 싹퉁머리가 없다, 역할 자체는. 근데 윤아라는 인물은 대단히 포용력이 있다"라며 "배우 역할을 하면서 눈이 반짝거리는 게 있다. 그게 전해지면 저도 기분이 좋더라"라고 밝혔다.
임윤아는 "첫 만남부터 너무 예뻐해 주시고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셔서 너무 기분 좋게 촬영을 시작했던 것 같다. 촬영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시고 멋진 부분이 있지만 촬영 안 할 때도 굉장히 따뜻하시고 편한 오빠처럼 위트 있으시고 해서 현장을 더 좋게 만들어주신다. 정말 도움도 많이 받고 연기적인 부분도 같이 고민해 주시고 상의해주시는 걸 보면서 현장의 앙상블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분이구나 했다. 되게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정민이 매우 다정하다며 별명이 '황쏘스'(황정민 쏘 스윗)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허쉬' 첫 방송이 끝나고 나서 어떤 제목의 기사가 나오길 바라는지 묻자 황정민은 '내 이럴 줄 알았다'와 '이것 봐라?'라고, 임윤아는 '허쉬, 제대로 특종 잡았다'라고, 최규식 PD는 '허쉬, 터졌다'라고 답했다.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는 내일(11일) 밤 11시에 첫 회를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