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통에 농약 탄 아버지, "용서한다" 아들 말에 '참회'

살인미수 사건 결심 공판…검찰 징역 5년 구형
가족과 말다툼하다 112 신고하자 홧김에 범행
아들 "아버지여서 다 용서" 재판부에 선처 호소
피고인 "용서해 달라…가족에 잘하겠다" 눈물

(그래픽=고경민 기자)
가족과 말다툼으로 양념통에 농약을 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아버지를 용서한다"는 아들의 말에 이 남성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10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살인미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A(57)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10월 3일 저녁 제주시 자택에서 아내와 아들로부터 평소 행실을 지적받고 말다툼하자 양념통 4개에 농약을 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다음날 A씨의 아내가 양념통을 열어 보니 농약 냄새가 심하게 나 다행히 요리하지 않았다.

피고인 측 변호인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일 저녁 가족이 가정폭력으로 112 신고를 해 경찰 조사까지 받자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화가 났다는 의사 표시로 범행했다. 양념통에 농약을 부을 때 (가족이 알 수 있도록) 그릇 소리를 크게 냈다. 정황상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안 모습. (사진=고상현 기자)
이날 방청석에 있던 A씨의 아들은 재판장으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선처를 호소했다.

A씨의 아들은 "오래 전 일이지만 아버지와 한라산에 소풍도 가고 내천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이웃에게도 목공예한 것을 나눠주시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버지를 미워한 적이 많았지만, 아버지여서 다 용서한다. 사회로 다시 복귀해서 다시 옛날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법정에 왔다"고 토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재판장은 A씨에게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 평생 괴로워하며 살았을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A씨는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가족들에게 잘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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