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전날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를 받는 아이 어머니 장모씨를 구속 기소하고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아버지 안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지난 6월부터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 A양은 지난 10월 13일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췌장이 절단돼 이로 인한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이 유발된 복부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사망 당일 피해자가 찍힌 동영상, '쿵' 소리가 들렸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 범행 현장에는 장씨 외 외부인 출입 흔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장씨가 피해자의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씨는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아 화가 나 피해자의 배를 손으로 때리고, 피해자를 들어 올려 흔들다가 떨어뜨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장씨가 지난 6월부터 10월 13일까지 피해 아동을 상습으로 폭행해 좌측 쇄골 등에 골절상 및 장간막 파열 등의 상해를 가해 학대하고, 결국 복부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 관계자는 "깊은 고민 없이 친딸과 터울이 적은 여아를 섣불리 입양했으나, A양을 입양한 뒤 양육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A양을 학대하다가 결국 숨지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이 아버지 안씨에게는 입양 한 달 만인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부인 장씨가 피해 아동을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방치하는 등 학대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진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한 경찰이 사건을 송치할 당시 적용한 방임 혐의 외에도 아버지 안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도 추가로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의 팔을 붙잡고 강제로 강하고 빠르게 손뼉을 치게 하는 등 울음을 터트렸음에도 계속 박수를 강요해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정서적 학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A양의 전신에 발생 시기가 다른 다발성 골절, 피하출혈 등의 심각한 손상이 발견되고 △A양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던 기간 동안 A양 몸무게가 현저히 감소했으며 △장씨에게 A양 학대를 암시하는 문자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대학 교수, 강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입양기관, 사법경찰관 등과 함께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를 열어 아동학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검찰은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입법 건의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검찰은 △의료기관간 아동학대 의심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 공유 △아동학대 범죄 수사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원스톱 시스템 마련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동학대 관련 신고의무자 고지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입증 등의 문제로 실무상 아동학대 신고 의무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해 사건과 관련해 신고 의무자에게 사후적으로 '아동학대가 인정됐다, 신고의무 있다'는 취지의 고지를 해 신고 의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