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특수요원 성폭행에 살인까지…도넘은 기강해이에 장성 등 중징계

여성 특수요원, 성추행당한 뒤 피살·2개월 후 시신 발견
올해 병사 25명 사망…육군장관 "만성적 관리 실패 결과"

(사진=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의 한 육군 기지에서 성폭행과 성추행, 살인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장성을 포함한 고위 장교 14명이 지휘 책임을 물어 해임·정직 처분을 당했다.

미국 육군은 8일(현지시간) 텍사스 포트후드 기지에서 2명의 장성을 포함한 14명의 고위 장교를 해임하거나 정직시켰다고 AP 통신과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미국 육군이 단행한 징계 조치로는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CNN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올해 들어 이 기지에 배치된 병사 25명이 자살이나 살인, 사고 등으로 숨진 뒤 이뤄진 독립적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숨진 병사 중에는 구타로 숨진 특수요원 바네사 기옌(20)도 있었다. 기옌은 실종된 지 약 2달 만인 지난 6월 말 시신으로 발견됐다.

해임·정직 처분을 받은 인사 중에는 기옌이 살해됐을 당시 이 기지를 통솔하고 있던 스콧 애플랜드 소장, 제1 기갑부대장인 제프리 브로드워터 소장 등도 포함됐다.


육군은 또 이 기지에서 벌어진 지도부의 만성적인 관리 실패가 살인과 성폭력·성희롱을 포함한 만연한 폭력 양상으로 이어졌다며 이를 해소할 규정 변경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장병이 실종되면 최대 48시간 이내에 지휘관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장병의 소재와 이들이 자발적으로 부대를 이탈했는지를 파악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징계를 결정한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은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보고와 대응 체계의 중대한 결함을 포함한 포트후드 기지의 문제들이 지도부의 관리 실패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매카시 장관은 또 이 기지의 지휘관들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리더십 없이는 시스템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독립적 조사위는 이 기지에서 성희롱·성폭행에 대한 대응·예방 프로그램이 부실하게 운영되면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하고 사건의 보고 누락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매콘빌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아침 기옌의 어머니와 대화하며 "관리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기옌은 다른 특수요원인 아론 로빈슨에게 망치로 잔혹하게 구타당해 숨졌다. 기옌의 가족에 따르면 로빈슨은 기옌을 성추행했다. 로빈슨은 지난 7월 경찰이 자신을 체포하려 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육군은 여전히 조사를 진행 중이며 추가로 공식적인 징계 조처가 내려질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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