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혹한 '2.5단계'…노래방·헬스장·학원가 덮쳤다

하루 앞서 문 닫은 노래방, 환불 문의 쏟아지는 헬스장
200만원뿐인 2차 재난지원금…3차에 희망 건 소상공인
"피해 규모에 비례한 지원금 지급해 달라" 요청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집합금지 대상 업종이 확대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3차 재난지원금에 기대를 걸며, 피해 규모에 비례하는 지원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벌써부터 문 닫은 노래방…번화가는 썰렁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노래방이 간판을 꺼 놓은채 문을 닫았다. (사진=이준석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8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번화가.

6층짜리 건물 곳곳에서 쏟아지는 간판 불빛으로 도로가 환하게 비춰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2층 간판은 꺼져 있었다.

2층은 대형 노래방이 있는 곳으로, 건물 입구에는 '24시간 운영'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전등마저 꺼져 있는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인근 노래방도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24시간 노래방'이라고 써져 있었지만, 노랫소리는 물론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인근 노래방 8곳을 둘러본 결과 마찬가지로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행인을 찾아보기 힘든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번화가. (사진=이준석 기자)
노래방보다 앞서 집합 금지가 내려진 감성주점, 클럽 등도 문을 닫아 인계동에서는 번화가 특유의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도로에는 차량만 보이고 행인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노래방 업주 임모(42)씨는 "노래방은 술을 마신 사람들이 2차 또는 3차로 주로 찾는데, 술집이나 노래방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돼 있어 적자만 났다"며 "손님 몇 팀 받기 보다는 하루빨리 다른 생계 수단을 찾기 위해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헬스장에 쏟아지는 환불 문의…학원가도 어려움 호소

전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하동의 헬스장. (사진=이준석 기자)
수원시 영통구 하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전모(33)씨는 이날 회원들한테 걸려온 전화에 하루 종일 시달렸다. 오전에 걸려온 전화만 20여통에 달할 정도다.

전부 집합 금지 업종에 헬스장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지, 환불을 문의하는 회원이었다.

거리두기 2단계로 회원이 100명 이상에서 20~30명으로 줄어 월세 400만원, 관리비 100만원, 코치 2명의 인건비도 간신히 낼 정도였는데, 환불 요청까지 이어지고 있어 전씨는 최악의 상황을 앞두고 있다.

전씨는 "거리두기 2단계 때는 내가 가져가는 돈이 없더라도 월세, 인건비는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코치들한테는 잠시 쉬어달라고 하고, 나는 지인들에게 일자리를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집합 금지 업종에 포함된 학원가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안양 평촌의 한 영어학원 원장도 "부랴부랴 학부모들에게 당분간 학원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렸는데, 수강 취소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당장 3주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떠난 학부모들이 다시 우리 학원을 찾을지가 가장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3차 재난지원금, 위기 맞은 소상공인 숨통 틔울까

최악의 경제 한파를 맞게 된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 예산 가운데 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19 맞춤형 피해지원 예산으로 3조 원을 편성해 놓은 상태다.

정부는 내년 중 지급 규모와 대상, 방법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급 시기는 현재로선 설 연휴 전이 가장 유력하다. 지원금은 4차 추경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영업금지 업종에 200만원, 영업제한 업종에는 100만원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지원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전씨는 "지난 8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헬스장이 문을 닫았을 때 피해가 월세, 관리비 등을 포함해 500만원이 훌쩍 넘었는데, 정부가 지원한 2차 재난지원금은 2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같은 규모의 지원금이 나온다면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크린야구장 업주 정모(55)씨도 "한달 월세가 800만원인데, 200만원으로 어떻게 버티겠냐"며 "이번 3차 재난 지원금은 피해 규모를 고려해 지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콜라텍·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을 비롯해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에도 영업 금지를 뜻하는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진다.

카페에서는 2단계와 마찬가지로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음식점의 경우 오후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일반관리시설 중에서는 헬스장·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과 함께 학원의 운영도 중단된다.

다만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을 고려해 대학입시를 위한 교습은 허용된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과 위탁계약을 하거나 과정 인정을 받은 직업능력개발훈련과정도 집합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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