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건보 고객센터지부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리휴가 신청 시 관계서류를 제출하라고 한 것은 법 위반"이라며 "생리대 사진 제출을 운운하며 노동자에게 입증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생활 비밀과 자유의 침해이자,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인격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건보 경인3고객센터 소속 노동자들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생리휴가를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생리휴가가 법으로 보장된 권리임을 인지하고 이를 청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센터를 위탁 운영 중인 ㈜제니엘은 생리휴가를 요청한 상담사에게 취업규칙을 근거로 내세우며 "15일 전까지 증빙서류를 첨부한 경우 휴가원을 제출하고, 부득이한 경우 휴가예정 당일 출근시간 전까지 제출하라"며 증빙서류를 사전에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0월 당일 생리휴가를 청구한 A상담사는 팀장으로부터 당일 휴가사용은 '근태사고'라며 확인서 제출을 요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팀장은 "생리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 "아프면 사람은 일반적으로 병원을 가니 생리통이라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 데 이어 "다른 회사에서는 생리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기도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센터에 근무하는 B상담사의 경우 팀장에게 카카오톡으로 당일 아침 생리휴가를 청구했으나 팀장이 '약을 먹고서라도 출근을 해 휴가원을 작성하거나, 나올 수 없는 상태면 연차를 써라'고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팀장은 이튿날 출근한 B상담사에게 결근계를 사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에 여성 노동자는 월 1회 생리휴가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센터 상담사들은 10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도 생리휴가가 있는지, 그것을 사용할 수는 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대다수가 모르고 있었다"며 "제니엘은 조합원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엄중하게 징계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여성의 생리휴가에 대한 사용을 억압하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젠더차별"이라며 사측이 당일 생리휴가 청구 등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서 아시아나 항공이 노동자에게 생리 입증을 요구하며 휴가를 주지 않은 것과 관련한 서울남부지법의 판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법원은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청구하며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 요구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어 제도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며 "해당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인해 생리현상이 없다는 비교적 명확한 정황이 없는 이상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인권위 역시 지난 2016년 철도공사 관리자가 생리휴가 사용 시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거나 연차 휴가를 사용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노조는 '휴가 사전신청'을 원칙으로 하는 사측의 업무평가 역시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으므로 명백한 성차별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생리휴가의 특성상 당일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음에도, 당일 휴가를 사용한다고 페널티를 주는 것은 사실상 생리휴가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생리휴가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생리휴가 당일 사용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