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악장 데니스 김 "시향 발전 자랑스러워"

"한국 예고· 음대 음악학도들 졸업 후에 뭐할 건지 뚜렷한 목표의식 없어"

ㅎㅎ
''''세헤라자데를 연주하는 악장 데니스 김의 바이올린 소리가 신비하기 그지 없었다. 마치 닫힌 문이 서서히 열리며 뒤쪽의 풍경이 내게로 다가오는 듯...''''(블로거 메리제인)

지난 1월 16일은 데니스 김의 날이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연주를 마치자 청중들은 환호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열광했다.

특히 이날 연주에서 악장 데니스 김의 바이올린 독주 선율에 대한 감탄과 찬사가 쏟아졌다.

''''독주로 연주하는 그의 바이올린 선율은 마른 가지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꽃을 보듯 반가웠다.'''' ''''그가 연주하는 파장은 너무도 넓고 마음 깊숙이까지 울려왔다.''''

서울시향 악장 데니스 김(34세)은 교향악 연주 때면 항상 맨 앞줄 지휘대 왼편 첫째 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주 시작 전과 후에 지휘자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그가 악단을 대표하는 단원, 악장임을 알게 된다. 이번 ''''세헤라자데'''' 솔로 연주와 같은 특별한 기회는 드물기 때문에 관객들이 악장의 존재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이름이 특이한 데니스 김이 서울시향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악장의 역할은 무엇인지, 정명훈 예술감독 2기를 맞은 서울시향 단원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데니스 김을 만나보았다. 그와의 인터뷰 중 "나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으로 돈벌 계획을 세웠다. 한국 학생들은 왜 음악을 하는지 뚜렷한 목표가 없다"는 말이 강한 여운을 남겼다.

데니스 김은 한국에서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부모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 캐나다 국적을 지니고 있다. 커티스 음악대학과 예일 음악대학에서 공부한 뒤 예일 필하모닉 악장과 홍콩필하모닉 최연소 악장을 지냈으며, 2005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을 맡고 있다.



-먼저 ''''세헤라자데'''' 독주 부분에 대해 찬탄이 많던데, 기분이 어떤가?

''''제가 ''''세헤라자데'''' 한국 연주는 이번이 3번째인데, 전보다 만족할 만큼 솔로 연주를 잘 맞춰서 기분이 좋았다. 오케스트라가 3-4년 동안 많이 발전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세헤라자데 솔로를 잘하는 것보다 정명훈 선생님과 제가 도와서 서울시향이 연주를 잘하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서울시향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제가 2005년 상반기에 코리안심포니 객원 악장으로 있을 때 객원 지휘자인 정명훈 선생님과 처음 만나 함께 연주했다. 2005년 7월에 ''''서울 시향이 재단 체제로 바뀌고, 정명훈 선생님을 예술감독으로 영입하는데 악장시험을 쳐보라''''는 정명근(정명훈의 형)씨의 권유로 악장시험을 쳤다. 더운 날씨에 정선생님이 시험장의 에어컨을 꺼버리는 바람에 양복차림에 땀을 수영한 것처럼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악장의 역할은?


''''서울시향의 악장 역할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서울시향은 계속 바뀌면서 좋아지는 악단이다. 정명훈 선생님은 한국의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악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악장인 저는 정선생님의 메신저처럼 그의 의사를 단원들에게 전달하고, 같이 노력하고 있다. 객원지휘자가 올 때도 역시 단원들과 의사소통의 매개 역할을 한다. 행정파트와 단원들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악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한국에서는 나이가 중요하다. 제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생기는 그런 문제인 것 같다. 홍콩에서도 7년 생활했는데 아시아의 문화를 아직 이해 못하겠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자라온 탓인지 여기 생활에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악단은 음악이 중요하다. 음악이 없으면 악단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정선생님도 수석들에게 이 점을 강조한다.''''

-악단의 변화는?

''''음악적으로 좋아졌다. 좋은 단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단원들도 좋아졌다. 모든 쪽이 좋아졌다. 앞으로 갈 길이 지금까지 온 것보다 두 배라고 생각한다.''''

-악단의 변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계속 열심히 해야 되고, 더 좋아져야 되고,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드신 단원들은 나가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사람을 자르는 것이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명분에 수긍이 갔다. ''''악장 당신도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정선생님의 말은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이 되었다.''''

-악장으로서 보람은?

''''3-4년 동안 현악 부문이 좋아졌다. 수석, 부수석들이 실내악 연주를 하면서 한마음으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객원 지휘자 가 조금 못 미치더라도 지켜낼 수 있는 수준까지 온 것 같다. ''''시향 연주는 에너지가 많다''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면 자랑스럽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100%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 에너지가 계속 있으면 좋겠다.''''

-정명훈 예술감독에 대한 느낌은?

''''처음에는 어려워서 정선생님과 말도 못 붙였다. 실내악도 같이 하고, 저녁도 함께 하면서 많이 친근해졌다. 너무 따뜻하고 정이 많은 분이다. 지휘에 있어서는 특별한 음악가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이 그에게 있다. 그가 손을 조금 움직이는데 음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매번 놀라고 배운다. 정선생님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보고 저도 자극을 많이 받는다. 한번은 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차안에 동승했는데, 말을 시키지 말라고 하더니 베토벤 9번 악보를 공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100번, 1,000번은 공부했을 텐데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고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월 6일 실내악 연주는 어떤 곡을 선보이는가?

''''1년에 4-5번 실내악 연주를 한다. 실내악 경험은 오케스트라 연주에도 도움이 된다. 2월 6일 연주에서는 멘델스존의 첼로 소나타 2번, 피아노 3중주, 그리고 8중주를 선보인다. 이 곡들을 연습하면서 멘델스존이 얼마나 좋은 작곡가인가를 느꼈고, 깨끗하고 산뜻한 곡인가를 실감했다. 특히 이번 연주에서는 4년동안 비어 있던 자리에 새로 영입된 첼로 수석 주연선씨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자리이다.''''

-170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얻게 된 사연은?

''''홍콩의 제 친구가 빌려준 것인데, 400만 불짜리로 시향에서 보험료를 내주고 있다. 너무 좋은 악기다. 오케스트라에 필요한 악기이고, 세헤라자데 같은 곡에서 부담 없이 솔로처럼 소리가 나온다. 너무 운이 좋고 감사할 뿐이다.''''

-당신에게 음악의 의미는?

''''커티스 음대 다닐 때부터 바이올린으로 돈을 벌 계획을 세웠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워서 뭐할 건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예고 학생들과 대학생들을 지도할 때 보면 졸업 후에 뭐할 건지 생각 안하는 것 같다.''''

-부인과의 인연은?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있을 때 단원 채용을 위한 시카고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갔다가 오디션에 나온 첼리스트 한수진씨와 인연을 맺었다. 부인은 한국에서 4살과 2살난 딸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좋은 연주를 똑같이 느낄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이 크면 부인도 연주활동을 할 수 있고, 음악을 하는 사람과 결혼한 것은 잘한 일 같다."

서울시향 악장을 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니스 김. 그는 정명훈 예술 감독이 시향에 있는 동안 배우는 게 많고 이제 한국에 사는 게 좋아졌다고 한다. 한국에 사는 게 자연스러워지면 자신이 배운 것을 한국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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