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관의 행보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2일 차관으로 임명된 지 불과 몇시간 만에 그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임계도 차관으로 임명된 당일에야 제출했다.
월성 원전 사건은 검찰이 사실상 현 정권을 겨누고 있는 수사다. 윤 총장 측은 현재 자신 앞에 펼쳐진 일련의 일들이 해당 사건의 수사를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윤 총장 측이 낸 입장문만 봐도 "정권 비리에 맞서 수사하는 검찰총장에게 누명을 씌워 쫓아내고 있다"는 취지의 문장이 2차례나 들어갔다. 윤 총장 측에서 '찍어내기'의 주된 이유로 보고 있는 사건을, 이 차관이 최근까지도 변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논란이 일자 이 차관은 이튿날 곧장 메시지를 내며 진화에 나섰다.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살펴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중립적으로, 국민 상식에 맞도록 업무를 처리하겠다. 결과를 예단하지 말아달라"고 밝힌 것이다.
'논의방'에는 이 차관 이외에 '조두현'과 '이종근2'라는 인물이 더 있었다. 조두현은 추 장관의 정책 보좌관이고, 이종근은 대검찰청 형사부장의 이름과 동일하다. 이 부장은 윤 총장의 감찰·징계를 주도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남편이기도 하다.
해당 대화방에서 '조두현'이 윤 총장의 헌법소원 관련 기사를 공유하자, 이 차관은 "윤(윤 총장의) 악수(惡手)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체로 이것은 실체에 자신 없는 쪽이 선택하는 방안"이라고 부연했다. 이 부장은 "네^^ 차관님"이라고 답했다.
결과를 예단하지 말아달라던 이 차관이 추 장관 측근들과 함께 한 '논의방'에서 윤 총장의 징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내심을 사실상 먼저 내비친 셈이다. 심지어 "효력정지가 나올 턱이 없다. 법관징계법과 비교해보라"며 일종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윤 총장의 비위 의혹을 조사하고자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면담한 장소가 이 차관의 개인 사무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이 알려지자 곧장 '이 차관이 내정 전부터 윤 총장 감찰에 관여해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 "법무부 법무실장에서 물러난 뒤 마련한 개인 사무실 방 3개 가운데 하나를 박 전 장관이 썼다"며 "거기서 박 담당관과 면담이 이뤄진 사실도 몰랐고, 당시 사무실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직접 해명을 내놨지만 이번 논란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취임 나흘 만에 공정성에 금이 가는 논란이 3차례나 연속으로 불거진 데 따른 영향도 크다. 심지어 '단체 대화방' 문제에서는 이 차관의 거짓말 의혹까지 제기됐고, '사무실 제공' 사안과 관련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 윤 총장 측은 징계위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헌법소원과 함께 징계위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차관에 대해서는 징계위원에서 제외해달라는 기피 신청도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를 결정한 서울행정법원에 불복하며 즉시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향후 징계위에서는 추 장관이 해임 의결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7일 현재부터 징계위까지 남은 사흘이, 윤 총장과 추 장관 두 사람의 명암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