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뮤지컬 '작은아씨들'을 관람한 소감은 한 마디로 이렇다. 2030 여성 관객이 주를 이루는 다른 뮤지컬과 달리 공연장엔 딸의 손을 꼭 잡은 가족 관객이 제법 눈에 띄었다. "까르르" 공연 중에는 아이들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도 심심찮게 들렸다.
1868년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펴낸 동명 원작은 그동안 연극, 영화,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됐다. 150년 전 고전이 여전히 유효한 건 이야기의 보편성 덕분이다. 작은아씨들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를 배경으로, 마치家의 네 자매(메그, 조, 베스, 에이미)가 아버지의 부재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아끼고 응원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막이 오르면 마치家의 보금자리가 드러난다.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로망이었을 다락방이 있는 2층집이다. 네 자매의 일상은 평범하기 그지 없지만, 관객에게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건너고 있기 때문일 테다.
가족애 뿐만 아니라 여성 서사도 두드러진다. 극중 화자인 조는 독립심이 강한 작가 지망생이다. 성장통을 이겨내고 마치家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아씨들'을 완성하는 장면, '여성은 일과 사랑을 동시에 성취할 수 없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걷어내는 장면이 카타르시스를 준다.
박천휘가 작사·작곡한 28곡의 넘버는 작품의 또다른 매력요소다. 메그는 왈츠, 조는 팝, 베스는 클래식, 대고모는 탱고 등 인물에 따라 음악적 색깔을 달리했다. 음악과 인물의 캐릭터가 어우러져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책 속에서 네 자매가 튀어나온 듯하다. 배우들이 저마다 역할을 찰떡 같이 소화했다. '조' 역은 이연경과 유리아가 더블캐스팅됐다. '메그' 역은 이혜란, '베스' 역은 서유진이 맡았다. 둘은 서울시뮤지컬단 신입 단원이다. '에이미' 역은 전예지와 이아진이 번갈아 연기한다. 둘은 2006년 서울시뮤지컬단 '애니' 초연 당시 나란히 '애니'로 활약한 인연이 있다.
지난 4일 서울의 긴급 방역조치에 따라 지난달 24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작은아씨들은 2주간 공연을 중단했다. 19~20일 공연 재개 여부도 미정이다. 관객들은 이대로 묻히기 아까운 가족뮤지컬 작은아씨들이 이틀만이라도 공연해주길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