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감찰위)가 추 장관 조치의 무리함을 잇따라 지적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윤석열 징계위 관련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 '4일 징계위' 문제없다더니…대통령 발언 後 연기 발표
추 장관은 이날 오후 윤 총장 징계 여부와 그 수위를 결정하는 징계위를 일정과 관련해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윤 총장의) 기일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이고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해 오는 10일(목요일)로 심의 기일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일정이 연기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징계위원장인 추 장관은 2일에 징계위를 열 계획이었지만, 바로 전날 법원과 감찰위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비판하는 취지의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4일로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추 장관도 오전 일찍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과 함께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고,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혀 징계위 강행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뒤 이런 기류는 반전됐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 발언이 법원의 제동에도 강행군을 멈추지 않던 추 장관의 행보에 견제구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흐려지는 '중징계 전망'…靑도, 차관도 "결과 예단 말라"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징계위가 거듭 연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윤석열 중징계' 전망도 점점 흐려지고 있다. 당초 추 장관이 국회에서 '윤석열 사퇴'를 공개 언급한데다가, 징계위 구성도 추 장관이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어 여기서 '해임 의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징계위 위원은 위원장인 추 장관과, 당연직인 법무부 차관, 추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추 장관이 위촉하는 변호사 1명‧법학교수 1명‧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1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 과반 출석으로 심의가 개시되며, 출석자 과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는데 추 장관은 징계청구권자여서 심의에 관여할 수 없다.
검찰 내부에선 "절차적 문제가 드러난 현 상황에선 추 장관이 지명한 위원이라고 할지라도 무조건적인 선택을 하긴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미애 맞춤형 결론'은 내놓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는 것이다. 이 차관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수사대상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변호를 맡았었는데, 그런 그가 이 사건을 직접 지휘해 온 윤 총장의 징계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진 바 있다.
청와대도 같은 날 이 차관과 마찬가지로 "(징계위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 달라"고 밝히자 '징계 이탈표' 전망은 보다 짙어지는 기류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와 관련해 공정한 심의가 어려운 위원에 대해서는 검사징계법에 명시된 기피 신청권을 적극 행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추 장관으로선 위원 구성 셈법도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징계위까지 남은 일주일 사이 월성 원전 의혹 사건 관련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여부는 여론에 영향을 끼칠 변수로 꼽힌다. 청와대를 겨냥한 정치 수사라는 여권의 비판 속에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한 윤 총장은 업무 복귀 이틀 만인 지난 2일 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한쪽 입장에 힘을 실을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4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