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초롱 기자 (CBS 심층취재팀)
◆ 박초롱> 네, 또다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죠.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의 한 주택 냉장고에서 2살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달 6일 가정집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는 내용의 첫번째 신고 후 약 3주가 지나 냉장고 속 시신의 존재가 드러났죠.
◇ 김현정> 어제 시청 담당자분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게 구체적으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게 지난달 10일인데 분리조치, 어머니와 아이 분리조치한 게 20일이었고요. 또 시신이 발견된 게 그로부터 또 6일이 지나서였다. 이 부분이었거든요.
◆ 박초롱> 그 부분을 저희도 주목했는데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개편된 게 지난 10월이었는데요, 아직 개선돼야 할 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선안의 핵심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둬서 기존 민간 기관이 했던 업무를 지자체가 맡기로 한 건데, 현실에선 여전히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고 하거든요.
◇ 김현정> 오늘 훅뉴스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어떤 한계들이 있는지를 조목조목 현장 밀착형으로 짚어봤습니다.
◆ 박초롱> 네. 저희 심층취재팀이 아예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하루를 동행 취재해 봤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소속 전담공무원인데, 안산은 전국에서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거든요. 그 공무원의 업무를 지켜보니 아동학대 피해가 왜 가려져있는지, 그리고 왜 발빠른 대처가 어려운지를 알 수 있었는데, 이제 그 얘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원·지원 부족에 속만 '끙끙'..."전화하지 마세요!" 호통에 약속잡기도 힘들어
◇ 김현정> 박초롱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겪어본 아동학대 피해 대응 과정이네요. 어떻던가요?
◆ 박초롱> 우선은요, '공무원'이 즉 나라에서 조사를 주도하니까, 좀 조사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한 조사대상자의 통화내용부터 들어보시죠.
"아 아버님 그럼 언제 올라오시는지 확정되시면 전화를 주세요 아버님"
"더 이상 오래 통화못하겠습니다! 끊겠습니다! 옆에 사람이 있는데 전화하기 곤란하다니까요 진짜! 왜그래"
"아니 회피하는게 아니고 시간이 안된다고요. 내가 뭐 죄지었어요? 내가 뭐 죄지었냐고요 그러니까."
◆ 박초롱> 이게 약속을 잡는 건데 계속 미루는거에요. 회피하고
◇ 김현정> 이 분이 아동학대 한다고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담당자가 전화한건데 '끊어요. 끊어요. 옆에 사람 있는데 전화하기 곤란해요' 이런 내용이네요?
◆ 박초롱> 네, 저희도 좀 황당했어요. 신고가 들어왔으니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공무원이라고 해서 권위가 실리지는 않는 현실, 씁쓸했죠.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고명석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실게요
"저희 입장에서는 솔직히 조사 거부할 때, 경찰에 거부할 때는 공무집행방해죄나 그런 형벌로 적용되지만 저희는 과태료다 보니까 신체적 위력이 가해져야만 형벌로 넘거가거든요. 그런 게 많이 한계점인거죠"
◇ 김현정> 일단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으로 가는 게 기본이잖아요, 가서 봐야 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충실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겠는데요?
◆ 박초롱> 네, 맞습니다. 이렇게 조사 자체도 어려운데 인원도 충분하지 않아요. 안산시만 해도 배치 목표인원은 20명이지만 현재는 8명만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으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그나마도 뒤늦은 교육 일정 때문에 저희가 찾아간 날은 네 분이서 업무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곳은 그나마 나아요. 전담 공무원이 1명인 곳이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이런 곳은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봐야죠.
"실제로 한 분인 데는 업무가 불가능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관리하는 수준밖에는 안되더라고요. '사회복지 공무원이니 하세요'라고 하면 너무 업무 부담이 커요"
◇ 김현정> 단 한 명이 아동학대를 대응한다는 건 뭐. 제대로 대응이 어렵겠네요.
◆ 박초롱> 전담공무원이 배치되기 전엔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보전 아동학대 대응 업무를 맡았는데, 공무원이 배치되고 새로운 제도가 들어서고 나서도 아보전 관리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더라는 말입니다.
◇ 김현정> 게다가 대면조사를 하는 게 원칙인데 맞벌이 부부거나 이러면 저녁 조사밖에 안 되는거 잖아요.
◆ 박초롱> 그렇죠 그래서 보통 퇴근 후 저녁으로 약속을 잡거든요. 그리고 각 단계마다 서류작업할 것도 아주 많아요. 서류가 사무실 캐비넷에 쌓여있을 정도로요. 그러니까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거죠.
◇ 김현정>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면조사 몇 건 하면 될 것 같지만 부수적인 다른 업무들도 아주 많은 거네요?
◆ 박초롱> 네. 112 통해 들어온 신고 내용 파악하고, 전화로 약속잡고, 법원에 피해아동 보호명령서를 내러 갔다가, 각종 서류작업도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대면조사를 다니는 일정을 빡빡하게 수행을 하셨어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매일 아침 8시쯤 출근하셔도 보통 밤 9~10시나 돼야 퇴근을 하실 수가 있는 거죠.
◇ 김현정> 안산시는 그래도 8명이 배치돼 있는데도 이 정도이니, 전담 공무원이 한명이 있는 다른 지자체의 경우 손을 놓고 있는 경우도 많겠네요.
◆ 박초롱> 인원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업무 환경도 열악한데요. 예를 들면 잦은 현장 조사에도 차량이 지원이 안돼요. 개인 차량에는 개인정보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파트 스티커같은. 그럼 그걸 보고 가해자 쪽이 찾아와 항의를 하기도 하더라는 겁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하기도 곤란하지만, 업무용 휴대전화가 충분치도 않고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시죠.
"개인 전화번호가 붙어있잖아요. 그게 노출되거나 자택 아파트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제 실제로 아보전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상담원이 자택에 갔는데 행위자가 그것을 보고 아파트랑 집 전화번호를 알아내가지고 자택에서 상담원을 기다리고 있던 거에요 내 애 내놓으라고. 접근금지를 했지만 계속 나타나가지고 결국 일도 그만두시고..."
◈ 뒤늦은 교육에 교육시간도 부족…아보전 노하우 전달받기도 바빠
◇ 김현정> 이렇게 되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데 공무원이 상당히 제한이 된다는 소리에요. 게다가 업무 성격상 아동학대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요
◆ 박초롱> 네 또 이 분들 스스로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전문성과 관련한 부분인데요. 아동학대인지 아닌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분들이 주도해서 판단하시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박초롱> 네 그런데 우선은요, 관련 교육시간이 40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요. 이론과 법체계 같은 것들 40시간, 그리고 약간의 실습. 이렇게 해서 사회복지공무원들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배치를 시켜놓은 거에요.
◇ 김현정> 겨우 40시간 교육을 받고 바로 배치해요?
◆ 박초롱> 네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분들은 그래도 100시간 교육을 받았다고 했거든요. 이 분들은 40시간 교육을 받고 앞으로 전담해서 하셔야 하고요. 지금은 제도개편 과도기에 아보전과 동행을 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그간의 노하우를 전달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현장에서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애로사항들을 담아 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청와대에 국민청원까지 올렸는데요, 자신들은 업무를 익힐 틈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돼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고 토로했네요.
◇ 김현정> 아동학대 업무를 지자체가 맡아서 책임지자 이거 굉장히 취지는 좋은데 그에 걸맞게 운영이 안 되고 있다면 문제죠
◆ 박초롱> 네 그리고 아동학대전담 공무원도 고충이 많은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또 아보전대로 울상입니다. 제도 개선 후 전문적인 사례 관리 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이게 안 되고 있다는 거에요.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 협회장의 말을 들어보실게요
"전문성이나 심층 사례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금 키울 여력이 없어요. 공무원 지원업무하느라고...2023년까지 하라고 해놨으니. (아보전 직원들은) 사례 전문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사례전문기관으로서의 전문성도 가질 수 없는 한계에 놓여있다."
◈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부족한데 2번 신고 후 분리…현실 고려한 정책 필요
◇ 김현정> 박초롱 기자, 결국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상황이네요
◆ 박초롱> 네 맞습니다. 그리고 아동학대 문제에 있어서 또 중요한 게 후속조치잖아요. 아이를 즉각 분리해서 쉼터에서 보호하고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 김현정> 네. 이제는 2번 이상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분리하기로 했다면서요.
◆ 박초롱> 네 아동학대 사망사고 같은 게 많이 생기다 보니까 환영할만한 일이에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2번 신고가 들어와서 분리가 되면 보통 학대피해아동 쉼터에 가게 되거든요
◇ 김현정> 네 그렇겠죠. 그러면 쉼터로 옮겨지는 아동의 인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겠네요?
◇ 김현정>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박초롱> 네 그렇죠. 아이들을 분리는 해놨는데 사후관리가 잘 안될 수 있는 겁니다. 이 점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말로 들어보실게요.
"지난해 통계를 살펴보면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으로 보호조치가 이루어진 경우는 전체 아동학대의12.2%25. 그러니까 굉장히 작은 수준에 불과하죠. 전국에 쉼터 개수가 몇 개 있느냐. 72군데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긴 시간 대기하거나 아니면 이조차 여의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학대가 이루어졌던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 박초롱> 그러니까 분리한다는 원칙만 세워놨지 쉼터가 확충이 안 된거고요. 결국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예산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게 단순히 액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무슨 문제에요?
◆ 박초롱> 우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관련 예산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나오고요.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복권기금에서 충당을 해요. 보건복지부의 일반 회계가 아니기 때문에, 기금이기 때문에, 국회나 보건복지부는 예산 증액에 아무런 권한이 없어요. 사실상 대폭 증액이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 김현정> 아이들을 구조하고 지원하는 예산이 복권 기금,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에서 나와요?
◆ 박초롱> 네 전체 예산에서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돈은 전체의 겨우 3.9%에요.
◆ 박초롱>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이들의 안전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이들을 지켜줄 제도에 여전히 구멍이 많고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들은 고쳐지지 않는 점 때문에 취재 과정에서 굉장히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센터장 류정희 박사의 말을 들어보실게요
'"역할과 권한이라는 부분들이 지금 책임도 그렇고 조정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지자체에서는 한명 가지고 어떻게 이걸 당직을 세우며, 업무 순환 자체가 안된다 이러고 있고 공공은 다시 민간에, 아보전에 도와달라고 하고.."
보건복지부가 10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새로운 아동학대 대응체계,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제돕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안 됐는데 공공에서 다룬다고 공공화는 아니라는 그런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네 박초롱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