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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3일 자가격리 수험생 시험장인 서울 용산구 오산고등학교. 오전 7시 40분쯤 한 수험생이 교문으로 걸어왔다. 자가격리 수험생은 자가용이나 119, 지자체 차량 등을 타고 시험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가운데 치러진 사상 초유의 '코로나 수능'날, 곳곳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오산고에서 시험을 보는 수험생 6명 가운데 2명은 택시나 자차를 타고 학교 밖에서 내린 뒤 걸어서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 학교 정문에서 시험장 건물 입구까지는 도보로 7분 가량이 걸린다. 학교 관계자는 "출입 명부에 이름을 적고 일단 들여보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 수험생들은 자가용이나 119 구급차량을 타고 시험장까지 왔다.
자가격리 수칙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지만, 교육부 측은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피했다면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이날 학교 앞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응원을 온 가족, 친구 등 시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년째 학교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응원전이 없이 썰렁한 모습은 처음 본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6시 30분 수능 시험장인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 역시 휑했다. 늦춰진 수능 만큼 추워진 날씨에 수험생들은 패딩에 목도리, 마스크로 무장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수능'을 치르게 된 수험생들은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재수생 이모(19)군은 "코로나19가 심해졌을 때 학원을 몇 번 쉬어서 컨디션이나 공부 패턴을 관리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 다들 똑같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생 안모(19)군은 "빨리 탈출하고 싶었는데 (시험이 미뤄져서) 짜증났다"며 "학원에서는 다들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고3 김모(18)군은 "공부할 시간이 더 늘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끝나면 집가서 잠부터 자고 싶다"고 했다. 재수생 김모(19)군의 어머니 B씨는 "작년과 비교해 보면 코로나도 겹쳐 아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건강한 음식과 따뜻한 말 한 마디뿐인 게 미안하다"고 했다.
2021학년도 수능은 오전 8시 40분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시작됐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49만 3433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수능은 1교시 국어영역이 오전 8시 40분부터 10시까지, 2교시 수학 영역이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 10분까지 진행된다. 이어 3교시 영어 영역이 오후 1시 10분부터 2시 20분까지, 4교시 한국사와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이 오후 2시 50분부터 4시 32분까지 시행된다. 마지막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오후 5시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순차적으로 치러진다.
중증시각장애 등 편의를 제공받는 수험생은 모두 631명이다. 이들까지 모두 시험을 마치면 이날 수능은 오후 8시 20분 종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