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법조계에 따르면 A(51)씨는 지난해 여름 대전 유성구 한 도로에서 신호위반 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고교생을 치었다.
A씨는 몇m를 날아가 떨어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사고 피해자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병원 근처에 내려준 뒤 떠났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메모지도 피해자에게 넘겨줬다.
피해자 측 112 신고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살핀 경찰은 A씨가 가해 차량 운전자로서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그대로 기소했다.
A씨는 재판에서 "치료받고 연락하라며 피해자한테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차량 번호판을 촬영하도록 하기도 했다"며 "도주했다고 볼 수 없고, 도주의 고의조차 없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청소년인 피해자를 병원 인근까지 태워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진료 접수를 해주거나 자신의 차량에 가입된 보험사에 사고 접수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지인을 만나 술을 마셨는데, 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대전지법 형사12부(이창경 부장판사)는 "피해자 치료보다 식사 약속이 더 급한 용무였던 것이냐"며 "당시 피고인에게 술 냄새가 났다는 정황도 있는데, 피고인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고를 낸 것은 아닌지 상당히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사실오인과 양형부당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피고인 항소를 기각한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병원 안까지 데려가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에게 피고인 실명을 알려주지는 않았는데, 당시 차량은 피고인 명의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