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은 징계가 현실화되면 행정소송으로 맞설 것으로 보이는데, 소송 대상은 징계의 최종 집행자인 문 대통령이 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태의 정치적·법적 책임 주체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급격히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文대통령, 신임 법무부 차관 임명으로 징계위 강행 의지 시사…"대통령 징계 단순 집행만해도 재량권 남용 해석될 가능성"
이번 인사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를 정상적으로 열게 하기 위함이다. 징계위에 당연직으로 들어가야 할 고기영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회의가 연기되고,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문 대통령이 초고속으로 후임 차관으로 임명하면서 징계위 개의에 힘을 실은 것.
차관 내정으로 문 대통령의 의중은 보다 확실해졌다. 정치적 중재를 시도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 대신, 추 장관의 뜻대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끝까지 밟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4일 징계위에서 중징계의 결론이 내려졌을 경우 문 대통령에게 지워지는 법적 부담이 커진다는데 있다.
문 대통령은 징계를 최종적으로 행하는 주체이다. 검사징계법 제32조는 '검사의 해임·면직·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단순히 징계위의 징계를 집행만 할 경우라도 '재량권 남용'으로 해석되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바로 2012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 무효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에 이어 대법원이 "이 전 대통령이 해임에 대한 재량권을 이탈·남용했다"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행정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정연주 전 사장이 해임 무효 소송을 냈을 사건 당시 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임 판단에 있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시했다"며 "KBS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렸어도, 실질적으로 대통령에게 '해임의 재량'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의 경우에도 틀이 유사해 마찬가지로 징계 집행자인 문 대통령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靑 "대통령 징계 집행만 할 뿐"이라며 소극 해석 내놓지만 소송전 떠앉는 부담감 커져
청와대 관계자는 "마치 대통령에게 (징계) 승인의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도되지만. 대통령은 사실상 결단할 것이 없다. 재량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인식과는 달리 대통령을 주체로 정한 법률 취지와 과거 판례를 보면 대통령의 징계 재량권은 상당히 포괄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일례로 손쉽게는 징계를 당장 내리지 않고 상당기간 '보류'하는 것도 대통령 재량권의 하나일 수 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청와대는 물론 여권 핵심에서도 문 대통령의 법적 부담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국민들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지만, 징계위가 끝난 뒤에는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소송과 대립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며 "적당한 출구전략을 지금이라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징계 권한에 대해서 벌써부터 소극적인 법률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은 향후 문 대통령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청와대가 신임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원장을 맡지 않도록 한 것도 추후 법적 하자가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태가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소송전으로 비화된다면 국정 운영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징계위는 그대로 열릴 것 같지만 문 대통령이 징계를 당분간 보류하거나 개각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며 막판 정치적 중재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