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편의 제공 대상자'로 분류되기 위해 증명해야 할 절차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듣기시험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질환 수험생들과도 올해만 유독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5일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환자를 '시험 편의 제공 대상자'로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저 질환으로 인해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할 수 없는 수험생들을 따로 모아 마스크를 벗은 채 시험을 응시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지침은 해당 질환을 가진 수험생들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인해 급하게 마련됐다.
실제로 장시간 마스크 착용은 천식, 기관지염 등 폐기능이 약한 호흡기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마스크 착용이 기도 저항을 높여 호흡 활동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낮아지고 찬바람이 불 때 이런 위험이 더욱 커진다.
그러나 호흡기 질환을 가진 수험생들 사이에선 '차라리 마스크를 쓰고 수능을 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인증 절차도 까다로울 뿐더러, 예년엔 없던 상황 변수까지 신경을 쓸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한 비염을 앓고 있는 수험생 A씨는 "수능에 오롯이 집중해야 할 전날에 코로나 검사까지 받으러 가라니 너무한 것 아니냐"며 "(비염 탓에) 마스크를 오래 쓰고 있으면 두통이 오지만 두통약을 먹고 버텨보려 한다"고 밝혔다.
부산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현재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재수생 B씨는 "학교장 확인서를 부산까지 가서 떼오라고 하더라"면서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로부터 갑자기 내려온 지침 탓에 지역에 따라 운영 방침이 다른 것도 문제다. 특히 같은 질환자끼리 교실을 쓸 수 있도록 한 곳도 있지만, 앓고 있는 질환과는 상관없이 '시험 편의 제공 대상자'는 모두 같은 교실을 쓰도록 방침을 세운 지역도 있다.
수험생들이 걱정하는 건 듣기시험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질환의 수험생들과 같은 교실을 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틱 장애를 가진 수험생과는 서로 방해가 될 수 있어 따로 교실을 내줬다고 하던데 올해는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며 "인생을 결정하는 수능인데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스크를 벗고 시험 치는 것 자체가 편의"라며 "틱 장애, 공황장애 등 여러 사유를 가진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보는 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수험생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급하게 내려온 지침이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수능을 봐야 하는 초유의 사태인 만큼 해당 학생들도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