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상 초유의 직무정지 사태 1주일 만에 법원 결정에 따라 대검찰청으로 복귀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등이 모두 부적절하다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의견에 이어 법원까지 '직무정지는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사실상 해임하는 것'이라고 힘을 실으면서, 오는 4일 징계위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윤 총장은 1일 오후 5시 10분쯤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 효력을 정지한 지 약 40분 만에 기다렸다는 듯 업무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출근 직후 윤 총장은 '전국 검찰공무원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전체 검찰공무원에 메일을 보내 "검찰이 헌법 가치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고 평등한 형사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짧은 메시지였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 등을 언급하며 자신에 대한 징계혐의들에 초연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날 오전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 수사의뢰가 모두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복귀에 힘을 실었다. 특히 감찰위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발표하고 수사의뢰를 하기까지 업무보고 절차나 보고서 작성 등에서 중대한 흠결과 조작 지시가 있었다는 당사자들의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법원이 '검찰총장'에 대한 행정청(장관)의 재량권 행사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까지 거치는데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법률로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출근 이후 한 주간 밀린 업무보고를 간략히 받았지만, 2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추 장관에 대한 맞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우선 자신에 대한 감찰과 징계청구, 직무정지 과정의 위법성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추 장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박은정 감찰담당관을 고발한 사건이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형사1부장인 박현철 부장검사는 윤 총장이 임명된 후 처음 꾸린 대검 참모진에서 정책기획과장으로 발령받아 지난 9월까지 근무한 바 있다.
지난 25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을 둘러싼 추 장관 등 법무부의 부당한 수사지휘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 파악에 나설지 주목된다.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대검 감찰부로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려면 조남관 당시 총장 직무대행(차장) 등 결재권자의 전결을 받았어야 하는데, 한동수 부장검사가 법무부의 지시를 받고 단독으로 진행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총장만 지휘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직권을 남용해 대검 감찰부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한 범죄혐의도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강제수사 진행이 더디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에 대해서도 윤 총장이 다시 수사지휘를 내릴지 관건이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중순 한 차례 산업부 전·현직 공무원 등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대검에 보고한 후 보강수사 지시를 받고 같은 달 24일 다시 영장청구를 보고했지만 윤 총장 직무정지 이후 아직 강제수사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총장 본인의 징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방어권 행사를 위해 법무부가 징계기록과 징계청구결재문서, 징계위원명단 등부터 제공해야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당초 이날 징계위를 진행하려 했지만 징계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었던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최근 사태와 관련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면서 징계위를 4일로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