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상황 속에서 의외의 목소리가 돌연 '강 건너' 경찰에서 나왔다. 경찰행정의 최고 심의·의결 기구인 경찰위원회 수장인 박정훈 경찰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경찰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며 일침을 날린 것이다. 그의 한 마디에는 검찰과 법무부, 경찰과 행정안전부 사이 존재하는 구조상 차이에 대한 통찰이 담겼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열린 '제450회 경찰위원회 정례회의'를 시작하며 "경찰은 최근 법무부와 검찰총장 갈등을 보며 타산지석을 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앞으로도 경찰위가 존재하는 한, 이번 검찰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위는 지난 30년 동안 경찰의 (정치적)중립·독립을 위해 역할을 다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날 회의에는 박 위원장을 비롯한 경찰위원 7명과 경찰 내 2인자인 본청 차장, 기획조정관, 주요 국·과장 등 경찰 수뇌부들이 참석해 있었다.
이번 박 위원장의 일성에는 경찰과 달리 검찰에 경찰위 같은 완충 및 견제기구가 없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직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 것과 달리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법률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의 권한은 차이가 있다.
반대로 정부조직법 제32조 "법무부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를 보면, 법무부 장관 권한 4개 중 가장 앞에 검찰이 나온다. 이렇듯 상급 정부 부처로부터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애초부터 다른 셈이다.
경찰은 경찰위의 지휘와 통제를 받게 돼 있다. 경찰위는 행안부 소속 위원회로 경찰과 관련한 주요 법령과 정책,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최고 결정 기구다. 4·19 혁명 이후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991년 출범했다. 그간 실효성 논란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위 실질화를 위해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권력을 견제할 필요성 때문이다.
다만 경찰처럼 검찰에도 높은 위상을 가진 견제기구를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위 위원은 "경찰위가 행안부-경찰 사이 갈등을 막는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찰과 검찰, 법무부와 행안부는 전혀 다른 생리를 가진 조직"이라면서 "무조건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