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 의료종사가자 제보한 후베이성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기밀 내부 문건을 6명의 독립적인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공개했다. 117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건은 중국 위생당국이 발표한 확진자·사망자 숫자가 후베이 지역 위생 당국이 집계한 숫자에 비해 훨씬 적어 축소·은폐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2월 10일과 3월 7일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문건 제보자가 이틀 상황에 주목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월 10일에 후베이성에서 2097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487명의 신규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후베이성은 이날 5918건을 보고했는데 확진자 2345명, 임상진단1772명, 의심환자 1796명, 양성반응자 5명 등이다. 후베이성이 보고한 신규 확진자와 중국 위건위가 발표한 후베이성 확진자 사이에 248명이 차이난다.
CNN이 공개한 문건에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던 지역 보건 당국의 진단 역량이 상당히 열악했다는 점도 드러난다.
후베이성에서 코로나19 사태 발병 후 첫 한 달 동안 환자 증상 발현 시점부터 확진 판정이 나오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3.3일이다. 결국 23일 전의 상태로 확진 여부를 판단하다보니 당국이 적시에 필요한 개입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합리적 의심에 이르게 된다.
이번 문건에서 주목되는 점은 지난해 12월초에 후베이성에서 인플루엔자(계절성 독감) 사례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12월 첫째주의 인플루엔자 사례는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2059% 증가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인식되고 있는 우한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인 이창과 셴닝에서도 인플루엔자가 환자가 넘쳐났다.
물론 당시 인플루엔자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상황이었지만 후베이성의 인플루엔자 급증은 나중에 코로나19로 명명된 정체불명의 폐렴에 대한 대처를 복잡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의학 전문잡지 란셋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일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보고된 날이지만 이미 이 때 인플루엔자 환자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19 확진자였을 수도 있다. CNN은 "당시에는 인플루엔자 검사만 하고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여부는 안했을 때"라고 보도했다.
CNN은 "(문건에서) 하향식 관료주의와 융통성 없는 절차로 제약을 받은 비효율적 보건 체계의 모습이 드러난다"면서 "팬데믹 초기에 있었던 정부의 명확한 실수와 제도적인 실패의 패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