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을 조사해보니 대다수 택배기사들이 1주일에 6일, 1일 10시간 이상 일하고 있고, 일하다 아파도 시간이 없어 제 때 진료·검사 받지 못하는 실태가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 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안전보건감독 및 업무여건 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택배업계 감독 결과 위법사항 무더기 적발…137건 사법처리·과태료 4억여원 부과
특히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한 해에만 과로사로 숨진 것으로 파악·추정된 경우가 14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해당 업체 소속 서브터미널 44개소와 협력업체, 서브터미널 연계 대리점 430개소에 대해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서브터미널 및 협력업체에서 적발한 위법사항 132건에 대해 사법 처리하고, 과태료 2억 500만원을 부과했다.
서브터미널의 경우 컨베이어 방호장치 미설치 등 안전보건조치 위반 사례 126건을 찾아내 사법 처리하고, 관리감독자 업무 미이행·정기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 과태료 6600만원을 부과했다.
협력업체에서는 근골격계부담작업에 대한 정기 유해요인조사 미실시 등 안전보건조치 위반 6건을 적발해 사법 처리하고, 안전보건교육 및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데 대해 과태료 1억 3900만원을 부과했다.
대리점에 대한 감독에서는 3개 대리점에서 컨베이어 비상정지장치 미비 및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미실시 등 5건을 적발해 사법처리했다.
또 208개 대리점에 과태료 2억 600만원을 부과했는데, 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택배기사 10명 중 8명은 주6일, 1일 10시간 넘게 일해
그럼에도 점심 식사시간을 포함한 휴게 시간은 30분도 되지 않았고, 일하다 다쳐도 시간이 부족해 진료·검사를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그동안 주6일제로 일해온 택배업계의 특성 탓에 추석 명절 등 택배물량 집중시기가 아닌 비성수기에도 1주일에 6일씩 일한다는 답변이 95.2%에 달했다.
성수기에는 주 6일 근무한다는 답변이 오히려 84.9%로 줄었는데, 이는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주7일 쉬지 않고 일한다는 답변이 12.4%에 달해 주6일 이상 근무한다는 답변이 97.3%에 달했기 때문이다.
1일 업무시간 역시 비성수기에도 12~14시간이 42.3%로 절반에 가까웠고, 10~12시간이 28.6%, 14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도 17.6%에 달해 응답자의 88.5%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했다.
성수기에는 14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이 41.6%로 가장 많았고, 12~14시간 34.7%, 10~12시간 16.6%로 총 92.9%의 응답자가 10시간 이상 일했다.
업무시간 가운데 배송시간은 6~8시간(성수기 33.6%, 비성수기 39.0%), 터미널 대기시간은 3시간 이상(성수기 49.1%, 비성수기 39.8%), 분류 작업시간은 5시간 이상(성수기 62.6%, 비성수기 44.3%)이라는 답변이 각각 가장 많았다.
이번 택배기사 과로 문제에서 논란이 됐던 분류작업의 경우 별도 분류인력이 있는 경우(22.0%) 그 비용을 택배기사 본인이 부담하는 사례가 44.6%로 가장 많았던 반면, 택배사나 대리점이 부담하는 경우는 20.4%에 불과했다.
이처럼 장시간 일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은 대부분 30분 미만(88.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일하는 날 점심식사를 먹는 날에 대해 1주일 내내 굶거나 1일만 먹는 '주 1일 이하'가 41.2%에 달했고, 주2~3일 먹는다는 답변도 28.1%나 됐다.
그마저도 39.5%는 업무용 차량 안에서, 23.3%는 편의점 등에서 급히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해당 문항은 2개까지 복수 응답 허용)
◇하루 배송물량 300여개…아파도 시간 없어 진료·검사 못 받아
성수기에는 350~400개라는 답변이 20.5%로 가장 많았고, 300~350개(17.9%), 250~300개(16.2%) 순으로 뒤를 이은 가운데 400~450개라는 답변도 13.2%나 됐다.
이처럼 성수기에 배송물량이 급증해도 대체인력을 고용(19.4%)하거나 택배사·대리점이 지원(1.9%)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 야간업무 등을 통해 본인이 모두 배송(77.7%)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택배기사들은 '추가인력투입'(46.1%)을 가장 절실한 대안으로 찾았고, '배송지연에 따른 불이익 금지'(27.9%), '배송물량 조정'(13.5%), '배송기한 연장'(7.6%)도 제시됐다.
이처럼 과중한 업무로 대다수 택배기사가 몸이 아프지만, 제때 진료·검사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건강검진에 이상이 발생해도 업무 조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있었다.
택배기사 중 41.4%는 택배업무가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28.2%는 매우 힘들다고 답했다.
그런데 택배업무 시작 이후 건강검진을 받았던 택배기사는 61.3%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75.9%는 검강검진 결과에 따른 택배사·대리점주와 상담이이나 업무량 조정 등이 없었다고 답했다.
최근 1년 중 일하다 사고를 당해도 30.9%는 시간이 부족해서, 11.5%는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 진료도, 검사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편 택배기사들이 꼽은 최우선 개선사항으로는 '배달 수수료 인상'(31.4%)이 가장 많았고, '분류작업 전문인력 투입'(25.6%), '택배 주5일제 도입'(22.4%) 등이 뒤를 이었다.(해당 문항은 복수응답 허용)
노동부는 이번 감독을 계기로 택배사 및 대리점주 등에 대한 지도·점검 및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이 달 중 택배업계·한국통합물류협회·전국대리점연합회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택배기사의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 택배사의 책임을 강화 하고, 택배기사에 대해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적절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산업안전보건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