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실제로 2015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라 3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6년 연속 KS 진출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SK,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과 함께 함께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하지만 '어우두'라는 말은 2020년대 들어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승 주역들이 쇠퇴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화수분 야구'라고 하는 두산이라도 주전들의 이탈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두산은 올해 이런 징후를 보였다. 적잖은 주전들이 지난 5년 동안 격전의 가을야구를 치른 피로감이 쌓인 모습을 보였다. 부상 선수들이 여럿 생기면서 두산은 정규 시즌 선두권에서 밀려 간신히 3위로 마쳤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35)는 "우리도 이제 30대라면서 아무래도 다른 팀들보다 포스트시즌을 많이 치른 만큼 후유증이 없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가을야구에서는 LG와 kt를 차례로 눌렀다. 하지만 정규 시즌 우승팀 NC에는 역부족이었다. 경험과 관록을 넘기에는 체력을 충분히 비축하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NC는 강했다. 최근 6년 동안 4번의 우승을 거두기에는 2%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두산은 올 시즌 뒤 주축들의 이탈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KS 최우수 선수(MVP) 오재일과 주전 내야수 허경민, 최주환, 외야수 정수빈 등이다. 올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는데 두산 잔류 가능성이 크지 않다.
사실 두산은 이미 수년 동안 주축들이 떠나는 출혈이 있었다. 2015시즌 뒤 김현수(현 LG)가 미국에 진출했고, 2018년 돌아와서는 잠실 라이벌 구단으로 갔다. 그해에 주전 외야수 민병헌도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2018시즌 뒤에는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가 NC로 향했다.
모기업 사정이 좋지 않아 머니 게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김현수는 LG와 115억 원(이하 4년 계약)에, 민병헌은 롯데와 80억 원, 양의지는 NC와 125억 원에 사인했다. 특히 두산은 양의지에게 두산 사상 최고액인 120억 원을 제시했지만 붙들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두산은 최강 전력을 유지했다. 김현수의 공백은 김재환, 박건우 등의 성장으로 메우며 2016년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는 양의지의 백업 포수였던 박세혁이 우승을 견인했다.
이들이 떠난다면 믿을 것은 전가의 보도인 화수분 야구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KS 뒤 "투수들도 좋아졌고 젊은 선수들이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FA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감독으로서는 선수들이 어떻게 되는지 상황을 보고 내년 구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숱한 필수 자원 유출 속에서도 한국 프로야구 정상을 군림해온 두산. 과연 뚝심의 곰 군단이 올해도 찾아온 선수 이탈의 위기를 딛고 내년에도 '화수분 야구'를 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