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구 신천지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당시 "국민께 사죄한다"던 이만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모르는 일이다", "지시한 적 없다"며 얼굴을 바꿨다.
재판에서도 모든 혐의에 대해 이 교주의 지시 여부가 쟁점이 됐고,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교주의 양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도 명단 조작…이만희 지시 여부 쟁점
29일 수원지법 등 법조계에 따르면 이 교주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이번 재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횡령 혐의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감영병예방법 위반의 경우 지난 2월 코로나19 관련 대구신천지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 등을 축소‧조작해 제출, 당국의 방역 조치를 방해한 혐의다.
당시 여러 언론매체들을 통해 알려진 이른바 '신도 빼오기'를 통해 조직을 확대해온 신천지가 비밀 신도들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명단을 누락 또는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실제로 경기도에서는 방역 과정에서 명단 조작이 사실로 확인됐다.
재판에서도 신도들의 조작된 주민등록번호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신천지 총회 A내부무장이 행정 서무 B씨에게 자신의 신상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담긴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신천지측의 제출명단이 조작됐음을 주장했다.
공개된 통화에는 A내무부장이 B서무에게 "내 신상이 공개되면 곤란할 수 있으니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서무는 "삭제했다"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이 교주가 신도 명단을 누락시킬 것을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이 교주와 총무 C씨와의 통화내용을 보면, 이 교주는 "병(코로나19)하고 관련 없는 사람들의 것을 다 달라고 하느냐. 주소 이름까지 다 준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명단 제출의 가이드라인을 지시했다.
또 이 교주는 "정부 아니라 세상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주소 명단 다 달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데, (이미)알려준 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C총무를 다그치기도 했다.
이같은 증거 등을 바탕으로 제출 명단 조작에 이 교주가 직접 관여했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 증인으로 나선 신천지 신도들은 한결같이 이 교주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그를 감싸는 행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신천지 고위 간부 출신인 신현욱 구리이단상담소장은 "신천지는 공산주의 체제, 독제정권과 다를 바 없다"며 "신천지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이 교주의 지시로 이뤄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신도·시설 명단 허위 제출이 이 교주와 연관 없다고 판단하면 실무자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신천지 지휘 체계 등 종교집단의 특수성을 재판부가 인정한다면 이 교주가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횡령 혐의 유죄 유력 전망…어디까지 인정될까?
검찰은 이 교주가 내연녀와의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신천지 자금을 들여 평화의 궁전을 지었다는 주장을, 이 교주 변호인 측은 평화의 궁전을 연수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재판 기간 동안 이 교주와 김남희 전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가 평화의 궁전을 개인 자택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 대표는 이 교주의 내연녀로 알려진 인물로 한때 신천지의 2인자로 불렸지만, 지난 2017년 신천지를 탈퇴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 등에 따르면 김 전 대표와 이 교주는 각각 19억 원을 들여 부지를 사들인 뒤 건축비 33억 원을 들여 평화의 궁전을 지어 김 전 대표는 2층에 옷방, 주방 등을 마련해 생활하고, 이 교주는 3층에서 생활했다.
김 전 대표는 평화의 궁전 건축 비용에 들어간 돈을 모두 자비로 충당했으며, 이 교주는 신천지 자금을 끌어모아 건축 비용으로 냈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평화의 궁전에서 연수가 열리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만국회의가 열릴 때 외부 인사를 초청할 때 빼고는 이 교주의 개인 자택으로 사용돼 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교주 측은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48회를 비롯해 해마다 10~20차례 공식행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반박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이 교주가 평화의 궁전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면 건축 비용에 신천지 자금이 일부 들어간 만큼 횡령 혐의가 입증되는 셈이다.
아울러 이 교주는 요트 구입비 명목으로 맛디아 지파장으로부터 수표 1억3천만원을 전달받고, 해외 선교 활동을 진행하면서 수십차례에 걸쳐 적게는 200여만원에서 많게는 1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이 교주의 개인 계좌 거래 내역을 통해 밝혀졌으며, 검찰은 해당 계좌에 11억원 가량의 수표, 현금이 입금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 교주 측은 계좌의 관리를 김 전 대표가 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주와 김 전 대표가 재산소유권을 두고 서로가 각종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만큼 계좌의 실제 관리자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한 변호사는 "준비기일에서 이 교주 측 변호인은 피해금을 모두 되돌려 놨다고 주장했는데, 단체 및 법인의 자금에 손을 댄 시점에서 이미 횡령을 저지른 것"이라며
"다만 재판부가 자금의 흐름, 횡령 금액의 범위 등을 어떻게 판단해 중한 형을 선고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횡령 금액을 50억 이상으로 인정하게 되면 이 교주는 해당 혐의로만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14차 공판을 끝으로 증인 신문을 마무리하고 12월 9일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결심공판에서는 이 교주에 대한 피고인 신문, 검찰의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