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27일 CBS와의 통화에서 "법적 절차대로 징계위 결과가 나와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그 전까지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자칫 문 대통령이 징계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징계법에 따르면 해임·면직·정직·감봉의 해당하는 징계안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첫 검찰 총장 징계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 대상 징계위 결과에 대한 판단으로 답변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행정부 수반으로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더욱이 윤 총장 사태와 부동산 정책 등으로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지난 8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문 대통령으로서도 침묵만 지킬 수는 없다.
윤 총장의 징계가 결정되면 이른바 '추-윤 갈등'의 일단락이기도 해 문 대통령으로서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비겁하다"며 날선 비판을 내놓아왔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27일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의 답변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까지 돌입했다.
문 대통령이 거센 야당의 비판속에서도 침묵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윤 총장을 문 대통령이 잘랐다'는 야당의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우리 솔직해지자. 문 대통령에게 모든 이슈마다 입장을 내놓으라는 야당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을 정쟁의 한복판에 세워 놓고 떼로 몰려 들어 대통령과 진흙탕 싸움을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나서는 순간 '추-윤 갈등' 프레임은 한 순간에 '윤석열 검찰총장 대 문재인 대통령 프레임'이 된다. 그만큼 폭발력이 더 커진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쟁과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기일이 검찰징계위 전인 30일로 잡히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법원이 직무집행 정지명령을 취소할 경우, 징계위의 정당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직무 정지 명령 취소 소송까지 간다고 해도 징계위 결정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문 대통령의 내주 '결정의 시간'은 찾아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징계가 최종 결정된 이후에도 윤 총장이 '징계 취소 소송'에 들어갈 경우, 장기전으로 접어들게 돼, 문 대통령이 입장을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사건으로 꼽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판단까지 3년 반이 걸렸다. 만약 최종적으로 윤 총장이 해임되더라도, 두고 두고 여권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해임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